[최수진의 5G탐험]전파 송출 한달 넘었지만 '5G' 모르는 소비자들…과제는
5G(5세대 이동통신) 전파가 송출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소비자들의 인식 수준은 여전히 낮다. 이동통신사가 IoT(사물인터넷), 스마트팩토리 등을 시연하며 5G 띄우기에 나서고 있지만 B2C(소비자 간 거래) 사업 모델이 부재한 상황에서 쉽지 않아 보인다.

29일 LG유플러스가 최근 실시한 5G 인식조사에 따르면 자사 이용자 3700명 중 76%가 ‘5G의 장점을 제대로 모른다’고 답했다. ‘주변 반응을 살핀 후 5G 서비스 이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한 이용자는 49%에 달했다.

이 같은 결과는 올해 4월 조사됐던 5G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와 별반 차이가 없다. 컨슈머인사이트가 휴대전화 이용자 36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86%가 ‘5G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처음 들어본다’고 답했다. 약 8개월이 지났지만 5G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거의 없는 셈이다.

통신사가 5G 띄우기에 나섰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5G 스마트폰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가 어렵다. 현재 통신사가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5G 서비스는 이동형 라우터(공유기)를 통한 5G이기 때문에 완벽한 5G 서비스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소비자들이 손에 쥘 수 있는 5G 스마트폰은 내년 상반기께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5G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 LG, 화웨이, 샤오미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콘텐츠 부재에 따른 우려가 겹쳤다. 당장 내년 상반기에 스마트폰이 공개된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체감할 콘텐츠가 없다면 굳이 5G 스마트폰을 살 이유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LTE도 빠른데, 5G가 왜 필요한가’라는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장재현 LG경제연구원은 '5G 서비스가 넘어야할 과제들'이란 보고서에서 “5G 서비스가 개시되고 다양한 단말기가 출시된다면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 진화가 이뤄질 것이다”면서도 “다만 이를 5G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전송속도가 빨라졌다는 것 외에 현재 제공되는 서비스와 별반 다를 게 없다면 5G 의미는 크게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도 5G에 대한 소비자들의 냉소에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의 망 관리 능력에 이용자들의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초 연결 사회를 지향하는 5G 시대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화재에 따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기자 간담회도 줄줄이 취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는 5G 서비스 홍보를 위한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있다. SK텔레콤은 5G 브랜드 ‘5GX’를 공개하고 5G를 이용한 시연서비스 등을 광고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축구선수 손흥민씨가 5G 망을 통해 360도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을 광고로 내보냈다.

KT는 서울 강남에 로봇카페나, 잠실 롯데타워에 안내로봇 ‘로타’ 등을 소개하며 소비자들에게 5G를 홍보하는 중이다. 해당 서비스는 모두 B2B지만, 5G 전파로 움직이는 로봇이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5G를 알리는 것이다.

LG유플러스도 최근 5G 신규 브랜드를 소개했다. 통신3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CEO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5G 사업 전략에 대해 밝혔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해당 간담회에서 “네트워크, 서비스, 마케팅을 통해 5G 성장을 주도하겠다”고 다짐했다.

업계 관계자는 “5G 시대가 열렸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는 아직 여물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 상반기에 스마트폰이 출시되는 만큼 계속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