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뿌리 깊은 관료주의 천적은 AI 장착한 로봇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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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정부
김광웅 지음 / 21세기북스 / 480쪽│2만5000원
김광웅 지음 / 21세기북스 / 480쪽│2만5000원

행정학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가 던진 질문이다. 김 교수는 역대 정부의 행정개혁, 행정쇄신 자문을 맡고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관료주의가 지배하는 정부에 대해 “신처럼 군림하는 정부를 좀 더 좋게 만들려면 법과 제도적 틀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처방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판을 바꿔 완전히 다른 종(種)의 정부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책마을] 뿌리 깊은 관료주의 천적은 AI 장착한 로봇공무원](https://img.hankyung.com/photo/201812/AA.18479656.1.jpg)
우선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이 신랄하다. “정부가 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관료주의 때문이다. 관료주의는 종교와 다름없다. 관료주의에 대한 믿음이 만물에 끼치는 영향은 무한하다. 정부가 신이라는 또 다른 이유는 공직을 ‘신의 직장’이라고 할 정도로 관료들이 많은 특권을 누리기 때문이다.”
![[책마을] 뿌리 깊은 관료주의 천적은 AI 장착한 로봇공무원](https://img.hankyung.com/photo/201812/AA.18478708.1.jpg)
‘정부 3.0’을 내세운 정보 공개와 공유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고 공유·소통·협업하고 있다지만 겉치레에 불과하고, 국민과 동등하게 정보를 사용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대로 하려면 미국 정부의 공개 자료집인 ‘Data.gov’처럼 모든 정보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데이터가 신흥종교처럼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데이터이즘(dataism)과 알고리즘의 시대를 앞두고도 정부는 관료적 권위주의의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렇다면 미래의 정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우선 미래에 대한 진단부터 해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생명과학과 인공지능이 문명사회의 주역이 되는 특이점 이후에는 정부나 그밖의 조직들에서도 알고리즘이 기존의 계급적 운영 양식을 대신하게 된다. 그런데도 정부와 행정학도들은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정부를 앞서고, 조직의 운영주체가 없어지고, 다진법이 엄청난 연산을 하는 세상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보모 정부’의 위상을 전제로 새 기술을 대입하거나, 기존의 관리론적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래 정부의 기본적 성격은 공유정부와 플랫폼정부다. 정부가 국가 운영을 독점하던 시대는 지났다. 정부가 잘하지 못하거나 힘겨운 부분은 민간에 넘겨야 한다는 게 공유정부의 기본 취지다. 권력은 지배의 대상이 아니라 협연의 대상이다. 또한 양자컴퓨터가 온갖 빅데이터를 ‘요리’하는 미래 정부에서는 정보 공개가 필수다. 정부는 복지·교육 등 기본적인 것과 국방·외교 등 핵심적인 것만 유지하고 나머지는 이용자들이 다양한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 연결하고 풀도록 하는 게 플랫폼정부다.
정부의 형태는 대전환을 맞을 수밖에 없다. 위계에 바탕한 뷰로크라시(bureaucracy·관료제)는 설 자리가 없다. 변화의 시작은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공무원이다. 이들이 정부 조직에 파고들면 관료제는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일하는 홀라크라시(holacracy)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변신을 향한 첫걸음은 정부가 다시 태어나는 것, 정부 관료가 철기시대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것, 새로운 물결에 배를 띄우는 항로를 여는 것이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