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바탕 의대 교육과정 구체화
내년 인성 기반 절대평가제 도입
"AI시대에 휴머니즘 더 중요해져
의대를 '인성 사관학교'로 키울 것"
그는 12년 전 교육부학장보를 맡으며 의대 교육업무를 담당했다. 교육부학장, 교무부학장 등을 지내며 ‘인문학 기반 의대 교육과정’을 구체화했다. 8월 서울 일원동 삼성생명빌딩에 새롭게 문을 연 의대 임상교육장은 그의 교육 철학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학생들은 사방이 유리로 뚫린 개방형 공간에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최 학장은 “학생들이 창의적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했다”며 “교수들이 학생을 교육하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학장은 40명 정원의 모든 의대생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다. 의료인문학교실도 이런 관심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이 팀 과제 등을 할 때 ‘무임승차자’와 같은 조가 되면 팀워크가 깨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정작 무임승차하는 학생은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다. 그는 “스스로 깨닫도록 돕는 숨겨진 커리큘럼을 만들고 학생들의 동료 평가를 인성평가 항목에 넣을 것”이라고 했다. 진료 경험도 도움이 됐다. 최 학장은 “구토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를 보면 보호자의 양육법이 문제일 때가 많다”며 “의사가 약만 처방하면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의대 교육에 심리학 철학 경제학 등이 어우러져야 하는 이유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로 갈수록 휴머니즘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학장 집무실 한편에는 인문·사회과학 서적 300여 권이 빼곡히 꽂혀 있다. 그는 “과학과 인문학이 연결되는 의학은 통섭의 학문”이라며 “의사를 서비스업 종사자로 생각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은 의사들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 학장은 “성균관대 의대에서 새로운 인성교육을 시작하면 다른 대학으로도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