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호주·태국…
亞·太 신흥국 경제 '경보음'
FT "각국 정부 무대응"
FT는 “중국 성장 둔화가 주변국 경제에 미치는 전염병이 현실화됐다”며 “중국 수요가 줄어들면서 호주 철광석, 한국 자동차, 태국 해변 관광산업 등에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포인트 떨어지면 아시아태평양 신흥국 성장률은 2년 뒤 0.5%포인트 감소한다. 싱가포르 GDP 성장률이 가장 많이 하락하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일본, 한국 순으로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몽골,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도 원자재 등의 중국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기 변동성에 크게 노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6.5%에 그치고 내년에는 6.2%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리스 팡 ING 경제분석가는 “제조업 성장 둔화로 중국 고용시장이 위기에 처했다”며 “무역전쟁 여파가 GDP 성장에 빠르게 타격을 주고 있지만 각국의 대응은 없다”고 우려했다.
첨단 전자제품 수출이 많은 대만은 중국과의 무역량 감소가 경제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것으로 전망됐다. 태국은 지난 9월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15%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태국에 가장 많은 관광객을 보내는 국가다.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국인 호주 경제를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호주 수출액 1000억호주달러(약 81조원)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중국이 차지했다. 주력 수출품은 철광석과 석탄이다. 중국 제조업 경기가 둔화돼 원자재 수요가 떨어지면서 호주 수출도 타격을 입고 있다. 사울 엘레이크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연구원은 “호주 경제는 중국 경제 둔화에 매우 취약하다”고 했다.
복사기, 사진기 제조업체 캐논의 다나카 도시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무역전쟁이 다른 지역의 경제 성장도 둔화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했다. FT는 “현대자동차의 올해 3분기 이익이 추락한 원인은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매출이 부진했기 때문”이라며 “외부 리스크 증가로 한국의 성장 전망이 나빠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