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변화에 소극적이라고 평가됐던 일본 교육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창의성 증진을 목표로 유럽식 인터내셔널바칼로레아(IB) 교육을 수용하면서 중학생 때부터 소논문을 쓰거나 전 과목 영어수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아시아 최초로 IB 논술형 교육과정을 공교육에 도입했다. 유럽의 중·고교처럼 책 읽기와 토론, 글쓰기로 과제연구 중심 수업을 한다. 2016년 도입해 60여 개 공립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다. 대상 학교를 계속해서 늘려갈 계획이다. 올 5월에는 문부과학성이 ‘IB 교육 추진 컨소시엄’을 설립하기도 했다. 스위스 비영리교육재단인 IBO가 주관하는 IB 교육과정은 논술과 토론을 중심으로 학생의 창의력과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본이 IB 논술형 교육을 도입한 이유는 △널리 퍼진 교육 관료주의 △암기·주입식 교육의 만연 △객관식·선택형 시험 등으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더는 과거의 교육 틀에 얽매일 수 없다는 긴박함도 교육 시스템 변화를 촉진했다.

IB 논술형 교육과정은 과제별 소논문 제출이나 영어 몰입교육 등의 형태로 이뤄진다. 창의력을 키우는 동시에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일본인 우주비행사로 우주정거장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영어로 트윗을 주고받기도 한 호시데 아키히코 등이 IB 교육으로 국제감각을 갖춘 인재로 육성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IB 교육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IB 교육 프로그램의 일본어 번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올해까지 200개 학교에 적용한다는 계획에 못 미쳤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