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한국 온라인 쇼핑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한국보다 싼 제품을 무료로 배송해주는 전략이 알리바바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알리바바가 내세운 저렴한 배송비는 미국의 상권도 흔들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을 정도다.
291원짜리 반지도 울릉도까지 무료 배송…中 알리바바 '배송 전략'에 떠는 韓 유통업체
◆중국 직구 연간 4000억원대로 급증

8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중국에서 직접 제품을 구매(직구)한 규모는 2015년 상반기 537억원에서 올 상반기 2084억원으로 3.9배로 늘었다. 지난해 2580억원이던 중국 직구 규모가 올해는 40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그동안 해외 직구를 주도하던 미국의 온라인 구매액은 최근 3년 동안 증가율이 5%를 밑돌았다.

국내 소비자가 중국 온라인 쇼핑에 몰리기 시작한 것은 2016년이다. 이때부터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료배송을 내걸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하트가 그려진 291원짜리 반지를 사면 한국까지 무료배송해준다. 다만 배달기간은 20~40일 걸린다.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이 무료배송을 할 수 있는 것은 만국우편연합(UPU) 협약 덕분이다. UPU는 국제우편 업무를 담당하는 유엔 산하 기구다. 회원국들은 서로 우편업무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 국제우편 비용을 따로 징수할 수 없다.

◆만국우편연합 협약 덕에 무료배송

UPU 회원국 간 국제우편은 편지뿐만 아니라 2㎏ 이하 소포도 포함된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온라인 상거래업체들이 이 우편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물류비용을 대폭 낮췄다. 중국 내 우편 서비스로 해외 배송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 업체들은 1㎏ 무게의 물건을 세계 어느 목적지든 47.5위안(약 7791원)에 보낼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중국은 UPU 협약상 개발도상국그룹에 포함돼 물류 부담비가 적은 국가”라며 “중국 제품가격 자체도 저렴해 배송비를 물건 판매액에 포함해 수익이 나는 구조 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직구가 급증하는 만큼 국내 중소 온라인 유통업체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이들 업체도 대부분 중국에서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물건은 한국과 비교해 품질 차이가 크게 없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찾는 젊은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국내 소셜커머스 서비스에서 문구류를 판매하는 A씨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울릉도까지 공짜로 배송해줘 집에 두고 쓸 수 있는 소모품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한다는 이용자도 봤다”고 말했다. 보통 울릉도 거주자가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택배비는 기본 2500원에 5000원이 추가된다.

◆미국·중국 정부 간 통상마찰로 번져

중국 온라인 쇼핑업체의 시장 잠식은 중국과의 통상마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유리한 UPU 규정을 개선할 것을 국무부에 지시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중국에서 수출된 소포를 다루는 UPU가 비용을 제대로 매기지 못하고 있다”며 “충분한 진전이 없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필요하고 적절한 조치를 즉각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낮은 국제 택배비로 인해) 미국 중소기업과 제조업체가 심각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미국 무역적자 규모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UPU 회의에서 국제 우편요금 규정 개편을 추진했다. 무게 2㎏ 이하 소형 포장물을 따로 구분해 비용을 받자고 긴급 제안했다. 하지만 주요 내용을 담은 제안은 총회 2개월 전에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에 막혀 무산됐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