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금리 급등 우려 지속…3분기 기업 실적 '관심'
이번주(8~12일)는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달러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져 국내 주식시장의 조정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3분기 '어닝(실적) 시즌'에 접어들면서 주요 기업들의 실적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전주 대비 75.55포인트(3.22%) 내린 2267.52으로 마감했다.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위험한 자산인 한국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인 3.159%까지 치솟았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최근 경제지표 호조세를 들며 "중립금리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고 발언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미국 10년물 금리가 급등하고 이탈리아발(發)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달러 가치가 크게 오르고 있다"며 "신흥국 시장에 부정적인 거시경제(매크로)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주에도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주요 위원들의 연설이 예정돼 있어서다. 연설을 앞둔 대부분 위원들은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성향을 띠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원 "긴축 통화를 옹호하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총재의 연설, 과거 비둘기파적 성향을 띠다가 매파로 돌아선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의 연설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면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12월 금리인상이 없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 논리의 배경은 무역분쟁으로 미국 성장률이 훼손 받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이라서 큰 지지를 받는 의견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2240선 위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본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번주 코스피 예상밴드를 2240~2300까지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2240~2310으로 내다봤다. KTB투자증권은 2260~2350을 제시했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이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매도 공세에 조정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경기 호조에 따른 미국 증시의 상승세는 지속되는 반면 아시아를 비롯한 국내 증시는 무역분쟁을 넘어선 외교·통상 문제에 대한 미·중 간의 갈등 양상이 확대된 점이 하락 재료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3분기 국내 기업 실적이 변수다. 지난주 후반 삼성전자가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실적 시즌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국내 코스피 상장사 전체의 3분기 중 영업이익 예상치는 전년 동기 대비 5.7% 많은 56.6조원이다.

이 연구원은 "3분기 코스피 이익 예상치는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6월 전망치(58조원)와 비교하면 둔화된 수준"이라면서 "3분기 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정보기술(IT) 업종의 업황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이 증시의 강한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3분기 시장 전체에 대해 기대감을 갖기보다는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에 초점을 맞추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증권업계에서 추천하는 업종은 디스플레이, 에너지, 금융(은행·증권), 미디어, IT 하드웨어 등이다.

김 연구원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비중이 과거 평균을 하회하는 등 실적 상향 조정 종목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금번 어닝 시즌은 실적 호전주에 관심이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