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사람이 ‘아내분’ ‘남편분’ ‘부인분’ ‘후배분’ ‘팬분’이란 말을 쓴다. 상대방을 높여서 이르는 말인 의존명사 ‘분’을 주로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 뒤에 붙여 사용하고 있다. 아내, 남편, 사위, 친구, 팬이란 단어 자체가 낮춤말이 아니므로 굳이 뒤에 ‘분’을 붙여 높이 칭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런 말들은 어법에 맞지 않고 불필요한 의존명사 ‘분’을 덧붙이다 보니 생뚱맞은 단어로 변질돼 들을 때마다 귀에 거슬리곤 한다.

예를 들어 ‘부인분’은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인 부인 뒤에 또다시 상대방을 높여 이르는 말 ‘분’이 덧붙여져 이중 높임말이 됨으로써 이해하기 힘든 단어가 됐다. ‘후배분’은 자기보다 아랫사람을 일컫는 후배 뒤에 ‘분’이 덧붙여져 앞과 뒤의 단어가 상호 모순되는 단어가 됐다. 외래어인 ‘팬’ 뒤에 우리말 ‘분’을 합성한 ‘팬분’ 역시 이상한 단어이지 않은가.

‘분’이란 의존명사는 “반대하시는 분 계십니까?” “어떤 분이 선생님을 찾아오셨습니다.” “어르신 두 분을 모시고 모임에 참석하다.” 등으로 쓰여야 옳다. 이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바른 말인 줄 알고 잘못 쓰는 경우가 말을 왜곡시키고 오염시키는 한 원인이 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쓰는 말 중 문법적으로 맞지 않고 귀에 거슬리는 표현을 쓰는 것은 심각한 언어 공해이자 파괴 행위다. 교육당국은 언어 사용 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올바른 언어생활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언어문화 개선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부모의 바른 언어 사용과 학교의 올바른 언어교육이 우리말을 지키는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김은경 <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