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대주주 자격을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자’를 제외하는 선에서 접점을 찾는 모양새다.

여야 지도부가 14일 인터넷은행법 합의를 예고하는 발언을 하면서 법안 통과의 ‘파란불’이 켜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지 40여 일 만이다.
[단독] 인터넷은행 특례법 '또다른 우회로' 찾은 여야
◆‘5년간 금융관련법 위반 여부’ 배척기준

여야는 논의 끝에 ‘최근 5년간 금융관계법령,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자는 제외한다’는 진입 배척 조항을 새롭게 만들었다. 은행법 시행령 5조에 명시된 ‘한도초과보유 주주의 초과보유 요건’을 가져와 인용한 것으로, 이 조항만으로도 대기업집단의 은행업 진출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무위원회 여당 관계자는 “삼성을 비롯한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대부분이 이 기준에 걸린다”고 설명했다. 여당은 대주주 배척 기간을 10년으로 하자고 했지만 “은행법 체계상 제재는 전부 5년인데 과잉금지”라는 야당의 반대에 막혀 조정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그동안 인터넷은행의 자격을 완화할 경우 산업자본의 참여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부여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여야 원내지도부, 정무위 간사 등이 머리를 맞대고 세 차례나 대안을 마련하고 수정하기를 거듭했다. 민주당은 자산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의 인터넷은행 대주주 진입 배제 조항을 법안에 명시하는 대신 정보통신기술(ICT) 매출 비중이 50%가 넘으면 예외적으로 허용하자고 주장해 왔다. 정무위에서 정재호 민주당, 김종석 한국당 간사 등이 마련한 대안이었다.

하지만 규제개혁 강경파인 김진태 한국당 의원을 중심으로 “KT와 카카오 등 일부 회사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반대하면서 법안 처리과정에 암초가 걸린 바 있다.

◆대안 마련했지만 암초 여전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처리 의지가 있는 만큼 야당도 뒷받침하자는 입장”이라며 “(정무위에서) 내부적인 정리가 웬만큼 돼 가는 것 같다. 잘하면 정리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역시 같은 날 정무위 여당 의원들과 오찬을 하며 당론을 정하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것이 정치권 평가다.

다만 ‘5년간 금융관련법 위반 기업의 진출 배제’ 조항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는 예외로 해야 한다는 반론이 한국당 안에서 제기되는 게 남은 관건이다. 김용태 의원은 “공정거래법 위반의 경우 5년간 불법사항 여부에서 예외로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케이뱅크(K뱅크)를 이끌고 있는 KT와 카카오뱅크를 만든 카카오 등 ICT 기반 기업조차 최근 5년 사이에 공정거래법의 과징금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반발이 커 공정거래법이 법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가 문 대통령의 규제 완화 제1호 법안인 만큼 은산분리에 강하게 반대하는 당내 일부 의원들을 설득해 처리하겠다는 분위기다. 이 대표도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만나 처리를 약속한 바 있다. 각 당이 강경파를 설득하는 대로 이르면 2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정철/박종필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