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이 21일 서울 청담동 드레스가든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의류청정기’라는 새로운 개념의 의류관리기 ‘에어 드레서’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이 21일 서울 청담동 드레스가든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의류청정기’라는 새로운 개념의 의류관리기 ‘에어 드레서’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11년 2월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의류관리기(스타일러)를 출시했을 당시 시장 반응은 시큰둥했다. “200만원이나 들여 옷 관리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첫해 판매량이 1만 대에도 못 미치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것”이란 악담까지 나왔다. 덕분에 그 흔한 ‘미투(me too)’ 제품조차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매일 새 옷 입고 출근하는 기분”이란 입소문이 돌면서 2015년부터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 의류관리기가 세상에 나온 지 7년여 만에 시장이 연 5000억원(30만 대·올해 업계 추정치) 수준으로 확대되자 도전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렌털업계 최강자 코웨이에 이어 이번엔 삼성전자도 출사표를 던졌다.

◆의류관리기 시장에 삼성도 가세

삼성전자는 21일 서울 청담동 드레스가든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고 의류청정기 ‘에어 드레서’를 공개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은 “에어 드레서는 (기존 타사 제품을 통칭하는) ‘의류 관리기’가 아니라 ‘의류 청정기’”라며 “단순히 옷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깨끗하게 단장해 준다는 점에서 청정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에어 드레서에 삼성의 가전 혁신 기술이 총망라됐다고 강조했다. 세탁기의 스팀 기술과 건조기의 저온제습 기술, 에어컨의 바람 제어 기술, 냉장고의 냄새 제거 기술, 공기청정기의 필터 기술이 두루 탑재됐다. 강봉구 CE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미세먼지 전용 코스를 사용하면 25분 안에 미세먼지의 99%까지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IoT로 무장한 삼성 의류관리기… 'LG 아성'에 도전장
삼성전자의 강점인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능도 넣었다. ‘스마트싱스’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은 뒤 옷 라벨에 있는 바코드를 스캔하면 최적의 관리코스를 추천해준다. 삼성전자는 일단 삼성물산의 구호, 빈폴, 갤럭시, 에잇세컨즈 등 6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브랜드를 확대하기로 했다. 가격은 174만∼199만원으로, LG 스타일러(149만~199만원)보다 조금 높게 책정했다.

삼성은 이른 시일 내에 LG와 양강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동시에 기업 간 거래(B2B) 시장도 적극 공략하기로 했다. 호텔, 음식점은 물론 새로 짓는 아파트에 빌트인 형태로 설치할 수 있도록 건설업체들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두주자 LG는 ‘느긋’

LG전자는 수성을 자신하고 있다. ‘의류관리기=스타일러’란 공식이 생긴 만큼 삼성전자와 코웨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후발주자들이 들어와 시장이 더욱 커지면 오히려 LG가 가장 큰 혜택을 받는다”며 “브랜드 파워에서 격차가 큰 만큼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력이나 편의성 측면에서도 스타일러가 ‘한 수 위’라고 LG전자는 강조한다. 삼성이 530여 개에 달하는 LG전자의 관련 특허를 피하느라 각종 기능을 넣을 때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향후 2~3년 내에 1조원대로 성장할 의류관리기 시장을 잡기 위해 국내외 업체들이 추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미세먼지가 악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의류관리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