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가, 우리 산업 경쟁력이, 국제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고도 이러는지, 몰라서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대통령의 경제자문역인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사진)이 다시 정부 경제정책에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지난 19일 ‘고용쇼크’ 대책을 논의한 당·정·청 회의와 관련, “개혁에 대한 논의가 보이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는가 하면 정부가 고용 참사의 대응책으로 일자리 예산을 확대하기로 한 데 대해선 “참으로 안이하고 한가하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김 부의장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죽 답답하면 이러겠느냐”며 “앞날이 어둡다. 도대체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김 부의장은 최근의 잇따른 경기 지표 부진은 한국 경제가 구조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특히 올 연말께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지만 반도체 의존도가 큰 데다 흑자 폭은 점점 줄고 있다”며 “그동안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경기 침체에도 아직 외국인 자금 이탈이 본격화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결코 안심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글로벌 투자자금이 터키 아르헨티나 등 다른 신흥국의 경제 불안이 커지자 기존 포트폴리오 유지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한국 채권 비중을 확대한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두 차례 더 올리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1%포인트까지 벌어져 해외 자금 이탈을 유발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재정 투입으로 일자리를 늘리려는 것과 관련해선 “국민이 낸 세금을 함부로 뿌리는 마약 같은 미봉책”이라며 “결국 기업은 채산성이 있어야 사람을 쓴다”고 강조했다. 산업정책, 경제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틀을 바꿔 기업이 성장하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가 산업정책의 실현 가능한 혁신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인공지능(AI)은 글로벌 인재 육성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AI 분야 슈퍼 인재의 80~90%를 미국이 확보하고 있고 나머지는 중국 영국 등에 있는 게 현실”이라며 “게다가 중국은 AI에 작년과 올해 6조원씩 투자하는 반면 우리는 투자액이 3400억원 남짓에 그치는데 미래가 있겠느냐”고 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