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감세에 힘입어 미국 경제가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쇼핑객들이 워싱턴DC에 인접한 버지니아주 매클린의 대형 쇼핑몰인 타이슨스코너를 찾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대규모 감세에 힘입어 미국 경제가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쇼핑객들이 워싱턴DC에 인접한 버지니아주 매클린의 대형 쇼핑몰인 타이슨스코너를 찾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미국 전역에 4400여 개 매장을 거느린 건자재 유통 기업인 에이스하드웨어는 올해 상반기 매장을 87개 더 늘렸다. 가정용 건축자재와 각종 공구를 파는 이 회사는 직원도 1300여 명을 더 뽑았다. 연말까지 미국 매장을 80여 개 더 확장할 계획이다. 존 베후이젠 최고경영자(CEO)는 “낮은 실업률에다 세금 감면 효과가 어우러지면서 가계지출이 증가한 덕분에 제품 판매가 늘고 있다”며 사업 확장에 자신감을 보였다.

에이스하드웨어 사례는 고속 성장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한 단면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경제 호황을 기반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노선과 미국 중심의 신(新)세계질서(네오 팍스 아메리카나) 구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늘어난 소비에 기업들 호황

경기 호황에 힘입어 미국의 주요 소매업체들은 줄지어 ‘깜짝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 16일 월마트는 올해 2분기 주당순이익(EPS)이 증권사 예상치보다 6% 높은 1.29달러라고 발표했고 덕분에 주가가 9% 넘게 뛰었다. 미국 1위 건축자재 업체인 홈디포는 지난 2분기에 10년 만에 가장 많은 페인트가 팔렸다고 밝혔다.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에 밀려 쇠락하는 듯하던 오프라인 쇼핑몰이 미국 경기 회복에 힘입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는 고용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소매업 일자리는 작년 1~7월엔 4만2000개가량 줄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에 8만3000개 넘게 늘어났다. 컨설팅 회사인 커스터머그로스파트너스의 크레이그 존슨 사장은 “소매업 성장의 최대 배경은 (미국인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일대에선 셰일가스를 이용해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화학플랜트 건설이 줄을 잇고 있다. 작년 초부터 올해 말까지 완공됐거나 완공 예정인 글로벌 기업의 화학공장만 10여 개나 된다. 이 일대에서 화학공장을 짓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황진구 미국법인 부사장은 “미국은 인건비가 비싸 한국에 공장을 지을 때보다 투자비가 최대 2배가량 더 들지만 (셰일가스 덕분에) 원료를 싸게 구할 수 있어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미국에 화학공장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 붐도 일고 있다. 이종건 KOTRA 워싱턴무역관장은 “워싱턴DC 곳곳이 공사장”이라며 “몇 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풍경”이라고 전했다. 기업 이익 증가세도 가파르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S&P500지수를 구성하는 대기업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1년 전보다 24% 증가했다.
청년실업 최저, 기업 이익 껑충… 美 패권 떠받치는 '경제 獨走'
◆반세기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청년실업률

미국 실업률은 ‘역사적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 5월 실업률은 3.8%로 18년 만에 최저였다. 지난달엔 3.9%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완전고용’ 상태나 다름없다. 지난달 16~24세 청년실업률은 9.2%로 7월 기준으로 1966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에 따라 구인난이 극심해지고 있다. 버지니아주 매클린의 대형 쇼핑센터인 타이슨스코너에 들어선 의류업체 바나나리퍼블릭은 한 달째 판매직원을 구하고 있다. 이 쇼핑센터에 입주한 상가 곳곳에서 ‘구인 중’ 표지를 붙인 상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운수업은 구인난이 더 심하다. 플로리다주에 있는 배송회사 스코틀린은 직원 임금을 4% 올렸지만 아직까지 비어 있는 일자리 20개를 못 채우고 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20조4100억달러로 세계 1위다. 한국의 12배 규모다. 이런 거대 경제가 올해 2분기에 전분기 대비 4.1%(연율 기준) 성장하고 연간 3% 성장률을 넘보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김윤상 미국 주재 한국대사관 재경관은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7~1.8%”라며 “성장률이 2%만 넘어도 좋은데 올해 3% 성장을 기대하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이 내년에도 2.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다른 선진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잘해야 2%대 초반이다. 중국은 올해 2분기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이 6.7%로 전분기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하반기엔 6.5%로 더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다른 선진국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중국의 미국 추격은 더 늦어지게 됐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