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原電 '정비' 목적으로 세워두고
비싼 LNG·석탄·재생 발전 비중 늘려
7~8월 전기료 인하 부담도 한전 몫
적자 때마다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한전은 지난 2분기(4~6월)에만 6871억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 4분기 1294억원, 올 1분기 1276억원에 이어 3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 연속 적자는 2011년 4분기~2012년 2분기 이후 6년 만이다. 2012년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일제 점검에 들어간 데다 국제 유가도 배럴당 100달러 넘게 급등했던 시기다.
올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1조1690억원에 달했다. 순손실이 영업적자(8147억원)보다 큰 이유는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폐로비용(약 5600억원)이 반영돼서다.
전기 도매사업자인 한전 실적은 원전 가동률이 높아지는 3~4분기에 호조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1조원 넘는 연간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 7~8월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한시인하 부담(총 3100억원)도 한전이 떠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2016년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때도 한전이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성급한 탈원전 정책 영향”
한전의 상반기 전기 판매수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조5000억원 증가했다. 상반기 판매 증가율이 4.1%로, 작년 동기(1.2%) 대비 3~4배 높았다. 상반기 매출이 역대 최대인 29조432억원에 달한 배경이다. 일반 기업으로 따지면 자사 제품을 그만큼 많이 팔았다는 의미다.
원전이 빠진 자리는 전기 도매가격이 1.5배 이상 비싼 석탄과 LNG가 채웠다. 한전의 상반기 전력구입비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조1000억원 늘어난 배경이다. 한전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올 1~5월 원전에서 생산한 발전단가는 ㎾h당 61.96원이었다. 이에 비해 유연탄은 89.45원, LNG는 93.11원에 달했다.
연료비 단가만 봐도 원전의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원전의 연료비는 ㎾h당 5.83원이었다. 유연탄(55.35원)과 LNG(91.94원) 대비 10~20분의 1에 불과했다.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한전 적자가 누적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한전의 실적 악화는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한전은 1조20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2011년 주택용 전기요금을 2% 인상했다. 산업용 요금은 같은 해 8월과 12월 각각 6.1%, 6.5% 올렸다. 8179억원의 적자를 낸 2012년엔 산업용 6.0%, 주택용 2.7%씩 인상했다. 2008년에도 산업용 전기요금을 두 차례(1월 1.0%, 11월 8.1%) 올렸다. 그해 2조7981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내서다.
박 부사장은 “요금 인상 요인이 있지만 정부와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할 문제”라며 “공기업으로서 국민 물가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전 주가는 전날보다 1.27% 떨어진 3만1150원으로 마감했다. 4년7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8배에 그쳤다.
조재길/성수영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