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업체들이 경영 악화로 노선 폐지를 신고한 9일 인천행 광역버스가 기점인 서울역 앞을 지나가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인천~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업체들이 경영 악화로 노선 폐지를 신고한 9일 인천행 광역버스가 기점인 서울역 앞을 지나가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서울 강남역까지 오가는 광역버스를 운행하는 한 운수업체 관계자는 9일 “한 대당 하루 운송원가는 59만원이지만 운송 수입은 35만원에 그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인천시에 따르면 마니교통 선진여객 신강여객 인강여객 천지교통 신동아교통 등 6개 광역버스 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이유로 일부 노선을 폐지하겠다고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 52시간 근로제’(버스는 68시간)가 시행된 지난달 1일 이후 수도권에서 버스 노선이 폐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이달 21일 첫차부터 광역버스 19개 노선, 259대 버스 운행을 일제히 중단한다. 대부분 인천 송도·청라국제도시, 부평역 등 주요 거점에서 강남역·서울역 등을 오가는 ‘황금 노선’이다.
근로시간 단축 '쇼크'… 인천~서울 광역버스 노선 폐지
◆최저임금 인상에 근무시간 단축까지

9300, 1800번 광역버스를 운행하는 선진여객 관계자는 “올해부터 최저시급 7530원을 적용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데다 근무시간 단축까지 겹쳐 노선 폐지 신고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A광역버스 관계자도 “버스 한 대당 하루에 130명의 승객을 태우기도 힘들지만, 시민들의 발이 돼준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버텼지만 근무시간 단축 여파로 이젠 불가항력”이라고 덧붙였다.

인천 광역버스는 보통 한 대에 1.7명이 격일제로 근무하면서 운행되고 있다. 그러다 지난달 주 68시간 근무가 시행되면서 최소 필요 인력이 2.4명으로 늘었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올해 7월부터 버스기사의 근무시간이 주 68시간으로 줄어들고 내년 7월부터는 52시간으로 재차 감소한다.

이들 업체는 올해 초 인천시가 최저시급 적용에 따른 적자 보전금 23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B광역버스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인천버스 업체들이 총 22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올해는 44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천시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21일 전에 대책 안 나오면 ‘교통 대란’

인천시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교통 대란을 막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다음주 안에 버스업체들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달 21일부터 5만여 명 시민의 발이 묶인다. 업계에 따르면 인천~서울 간 광역버스의 연간 이용객은 1685만 명(2017년 기준)에 달한다. 9200번을 이용해 인천 옥련사거리에서 강남역까지 출퇴근하는 A씨는 “지방도 아닌 서울로 출퇴근하는 게 이렇게 힘들면 박남춘 시장의 ‘사통팔달 교통망 구축’ ‘서울 진입 10분대’ 공약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교통국 관계자는 “광역버스 업계의 적자 경영에 대해 정부와 예산 관련 부서에 이미 지원을 요청했다”며 “버스업체들과 협의를 통해 시민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