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종 구글 사물인터넷(IoT) 총괄부사장이 지난주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8’ 행사에서 인공지능(AI) 칩 ‘에지 TPU’를 소개하고 있다.  /구글 제공
이인종 구글 사물인터넷(IoT) 총괄부사장이 지난주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8’ 행사에서 인공지능(AI) 칩 ‘에지 TPU’를 소개하고 있다. /구글 제공
“인공지능(AI) 칩 하나만 탑재하면 각각의 사물이 인간의 두뇌처럼 이미지나 음성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인종 구글 사물인터넷(IoT) 총괄부사장은 지난 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구글이 IoT 기기에 특화한 AI 전용 칩 ‘에지 TPU’를 개발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에지 TPU는 클라우드 중앙서버를 거치지 않고 IoT 기기에서 곧바로 데이터를 분석·처리할 수 있는 AI 칩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주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행사 ‘클라우드 넥스트 2018’에서 에지 TPU를 직접 소개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공장에서 불량품을 검사하기 위해 일일이 사람이 붙어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앞으로는 부품 검사 카메라에 에지 TPU와 같은 AI 칩을 장착하면 사람이 식별하는 것 이상의 정확도로 불량품을 판단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AI 칩 크기가 점점 작아지면서 이른바 ‘스마트 더스트(먼지)’ 세상이 열리고 있다고 했다. 먼지처럼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곳에 AI 기기가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옷단추 같은 곳에도 AI 칩과 소형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다. 단추가 알아서 주변의 상황을 인식하고 분석해 사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다. “거실에 있는 AI 스피커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의 모든 기기가 IoT로 연결되면 어디서나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외부 교통상황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는 IoT 기기의 활용으로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식량 자원 등이 어떻게 쓰여지고, 낭비되는지를 IoT 기술로 추적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부사장은 “전 세계에서 낭비되고 있는 식량 양이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을 세 번 이상 먹일 수 있는 수준”이라며 “IoT 기술만 잘 활용해도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에서는 의료용 침대나 백신 등을 관리하는 데 IoT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말까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소프트웨어(SW) 부문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삼성의 보안 솔루션 ‘녹스’,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AI 서비스 ‘빅스비’ 등의 개발을 주도했다.

그는 “미국에 있는 가족과 너무 오래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삼성전자를 나와 미국으로 왔다”며 “앞으로 구글에서 좀 더 다양한 기회를 찾고, 한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구글의 ‘열린 문화’도 소개했다. 전 직장에 있을 때는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며 일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알아서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웨이모(자율주행차), 네스트(IoT 솔루션), 안드로이드(스마트폰), 구글 어시턴트(AI 서비스), 구글 맵스(지도), 유튜브(동영상) 등 거의 모든 구글 조직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했다. 협업이 일상화된 게 구글의 문화라는 얘기다.

이 부사장은 구글은 AI와 빅데이터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고 했다. “구글은 AI를 통해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체계화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의미를 찾아내지 않은 단순한 데이터는 ‘노이즈(소음)’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안정락 특파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