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원경찰로 근무하는 이진상 조장(왼쪽부터), 신동구 반장, 이성제 조장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울대 제공
서울대 청원경찰로 근무하는 이진상 조장(왼쪽부터), 신동구 반장, 이성제 조장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울대 제공
2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문화관 옆 ‘꼬마 건물’. 이곳에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입구 앞에는 순찰차와 순찰용 오토바이가 나란히 주차돼 있고 푸른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쉴새 없이 드나든다. 마치 지구대나 파출소가 연상되지만 이곳은 전국 최초의 학내 청원경찰인 ‘캠퍼스 폴리스’가 근무하는 곳이다.

청원경찰은 부족한 경찰 인력을 보완하기 위해 1962년 청원경찰법이 시행되면서 탄생했다. 관할 경찰서장의 감독 아래 공공단체 등 주요 기관의 경비·보안 업무를 담당한다. 대학에서 청원경찰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대가 유일하다.

서울대는 학내 범죄를 예방하고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1976년 ‘캠퍼스 폴리스’란 명칭으로 청원경찰을 도입했다. 당시 3명으로 출발했던 청원경찰은 어느덧 14명까지 불었다. 매일 2인1조로 순찰을 돌면서 24시간 학내 치안을 도맡는다. 이곳에서만 30년 근무한 신동구 반장은 “1970~1980년대 군사독재 시절 학생들은 경찰이 학교로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며 “이 때문에 대학 측은 민간인인 청원경찰을 뽑아 학생들을 보호하고 학내 질서를 유지하는 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역할은 교통안전, 화재예방, 방범순찰, 질서유지 등 광범위하다. 5만여 명에 달하는 학내 구성원들의 작은 민원부터 자살, 화재 등 대형 사건의 초동조치까지 모두 다룬다. 이진상 조장은 “서울대는 구성원이 다양하고 면적도 넓어 마치 작은 도시와 비슷하다”며 “스토킹 범죄에 시달리는 여학생에게 성범죄 대응법을 알려주거나 과도한 음주로 쓰러진 학생들에게 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민간인이지만 서울대 청원경찰의 경력은 화려하다. 군 특경대, 경찰학·법학 전공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평균 3~4단의 무도 실력은 기본이고 외국인 학생이 많은 특성상 외국어 능력도 필수다. 과거 대통령 경호를 담당했던 이성제 조장은 “일반 경찰과 달리 여러 업무를 동시에 다뤄야 하는데 각자 경력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서울대 청원경찰을 거쳐간 사건만 500여 건에 달한다. 이들은 인근 경찰서·소방서·구청 등과 연계를 강화하고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 등 학내 단체와의 협력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성제 조장은 “새벽 순찰시간에 혼자 울며 걸어가는 학생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위로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로서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