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중소기업청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된 지 1년을 앞두고 홍종학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 말에는 홍 장관과 중기부가 처한 어려움이 담겨 있다.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로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타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중기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중기부 출범 1년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소상공인 적합업종 법제화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여줬다는 의견도 있지만, 중소기업 정책의 핵심방향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년 성과 돌아보니
부처 승격과 함께 중기부는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총괄할 권한을 갖게 됐다. 지난 6월 시행된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홍 장관은 이날 지난 1년간의 성과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 마련,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방안 수립 등을 꼽았다. 기술탈취 근절대책은 혐의가 있다고 지목당한 대기업이 혐의가 없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무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액의 최대 10배를 배상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가 오르면 납품단가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 것도 이번 정부의 일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협력회사에 ‘갑질’하는 대기업·중견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업계에 확산되고 있는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생계형적합업종특별법 제정 또한 소상공인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도시락 어묵 등 소상공인들의 생계형 업종으로는 대기업이 사업을 확장할 수 없게 됐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수출이 늘고, 신설법인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홍 장관은 성과로 꼽았다. 홍 장관은 “1년간 관계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64개 정책과 904개 세부과제를 수립하고 발표한 것도 성과”라고 자평했다.
◆뒤처리 부서로 전락 우려도
하지만 부정적 시선도 많다. 초기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논란과 관련,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문겸 숭실대 교수(전 중소기업 옴부즈만)는 “중기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변자라면 최저임금 인상 등 주요 문제가 결정되기 전에 제 목소리를 냈어야 하는데 이미 결정된 뒤 수습책 마련에 집중하는 역할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한 전직 중기부 관료도 “중기부가 정부 전체의 정책방향에 배치되는 주장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이 사안에 다른 모든 정책이 묻혀버렸다”고 평가했다.
임금 보전 정책의 실효성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정부는 중소기업 취업 청년 1명당 25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직접 지원책을 확대했지만 임금 격차는 1년 새 대기업의 59%(2017년 1분기)에서 53.3%(올해 1분기)로 더 벌어졌다. 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체감경기가 나빠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유섭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 많이 나왔는데 보완책을 마련하는 데만 급급해 중기부 자체의 존재감을 내는 데는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홍 장관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관료는 “다양한 분야에 목소리를 내면서도 한번에 떠오르는 ‘홍종학표 정책’이 없다는 평가가 있다”며 “이는 전시행정을 하라는 게 아니라 다른 부문의 업무는 과감히 권한을 이양하고 핵심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