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사진)가 기본소득 시행을 위한 준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시행을 위해 ‘토지에 대한 세금 부과권을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들고나와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복지 끝판왕' 기본소득제 꺼낸 이재명 경기지사
이 지사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보편복지를 넘어서는 대안이 필요하고 가처분소득을 올리는 것으로는 기본소득만 한 게 없다”며 “경기도에서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배당 등은 기본소득적 요소가 있지만 기본소득이라고 이름 붙이기가 어렵다”며 “(재원 마련을 위해) 지방정부에 조세결정권을 주고 특히 토지에 대한 지방세 부과권을 인정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민간 전문가와 도의원, 청년, 소상공인 대표 등 15명 안팎으로 꾸려질 예정인 경기기본소득위원회는 오는 10월께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사는 지난해 대선에서도 기본소득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부 예산에서 제공되는 기본소득 100만원에, 목적세인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마련되는 30만원을 더해 연간 1인당 1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중구난방식 복지 정책을 견제해온 보건복지부가 더 이상 힘을 쓰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복지부는 지자체가 새로운 복지 사업을 벌이면 사전에 반드시 협의하도록 한 지침을 스스로 폐기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복지부는 지자체와 협의 후 △동의 △보완 △부동의 등 세 가지 방식으로 결과를 통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지침을 변경해 ‘부동의’ 항목을 없앴다. ‘협의 완료’ 또는 ‘재협의’만 가능해 포퓰리즘 성격의 복지 사업을 막을 장치가 사라진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정 전문가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을 도입한 핀란드조차 근로의욕 상실 등의 부작용으로 내년부터 지급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실패로 판명난 정책을 중앙정부도 아닌 지자체에서 추진하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러 구설에 올랐던 이 지사가 이슈를 전환하고 정치적 지지세를 회복하기 위한 결정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한편 경기 성남 중원경찰서는 이날 지난해 고교 무상교복 지원사업 관련 예산 책정에 반대한 시의원 명단을 공개했다가 피소된 이 지사(당시 성남시장)를 명예 훼손 등의 혐의를 인정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수원=윤상연/김일규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