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의 분수령이 될 2차 감리위원회가 25일 열렸다. 지난 17일 1차 때와 달라진 점은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심제를 통해 직접 공방을 벌였다는 점이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합작 투자한 미국 바이오젠이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히면서 금감원의 ‘창’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방패’가 좀 더 단단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회계처리의 정당성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10시간 넘게 진행된 마라톤 심의에도 결론이 나지 않아 오는 31일 3차 감리위를 열어 재심의하기로 했다.

삼바 2차 감리委서도 '벼랑 끝 공방'… 금감원·외부감사인과 '3자 대심'도
이날 오전 8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1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차 감리위에는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감리위원장), 박권추 금감원 회계전문심의위원 등 8명의 감리위원이 먼저 참석했다. 감리위원 중에서 사전 지정된 ‘전문 검토위원’이 감리위 쟁점사항 검토 결과를 보고하고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오전 10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 삼성바이오로직스 측 임직원 9명이 김앤장 변호사 6명과 함께 회의실로 입장했다. 회의장에 들어선 김 대표는 지난 1차 감리위 때 ‘사전조치 통지를 공개한 금감원에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발언한 것을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변경 원인이 된 미국 바이오젠 콜옵션(일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둘러싸고 주로 공방을 벌였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가 무산된 것을 인지하고도 회계처리 변경을 강행했다고 주장한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이유가 충분했다고 맞섰다.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양자 간 대심뿐 아니라 외부감사인과의 3자 간 대심도 적용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감사인인 삼정KPMG와 2016년 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이 참석했다. 감리위에선 회계법인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이 삼정KPMG의 권유 때문이라는 삼성 측 해명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감리위원 중에선 일부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딜로이트안진의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평가 보고서에 대해서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심의 절차가 이뤄지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18일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힌 뒤 우상향하고 있다. 이 기간 5거래일 가운데 4거래일 주가가 올랐다. 이날도 전일 대비 2.99% 오른 43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40만원을 밑돌았을 때 저점 매수에 나선 곳이 많다”며 “증선위 결론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수정/조진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