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정부 부당 개입해 손실"
한국 기업 전방위 압박
2015년 두 회사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찬성에 정부가 부당하게 간섭해 투자 손실을 봤다는 게 엘리엇의 주장이다. 이번 소송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대법원(상고심) 재판은 물론 엘리엇이 공격 대상으로 삼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30일 “엘리엇이 ISD를 제기하기 전 단계인 ‘중재의향서’를 4월 중순 국가 소송 관할인 법무부에 제출했다”며 “법적인 검토를 거쳐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재의향서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등 한국 정부 개입으로 합병 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해 이들 계열사에 투자한 엘리엇이 손실을 봤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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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의향서는 ISD를 제기하기 전 상대에게 분쟁 여부를 알리고 마지막 ‘조정’을 거치기 위한 과정이다. 사실상 정부가 중재에 응할 가능성이 작다는 게 국제 중재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엘리엇은 늦어도 올 하반기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를 통해 정식 ISD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ISD 절차가 시작되면 론스타, 하노칼, 다야니 등이 과거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 이어 네 번째가 된다.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로는 사실상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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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에선 정부가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를 흔드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헤지펀드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자 엘리엇이 이를 이용해 기업들을 상대로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윤상/좌동욱/김일규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