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큐 삼성"이라더니 이젠 "삼성 탓"… 트럼프, 가장 만만한 게 한국?
미국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수입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내용을 본 삼성전자와 LG전자 미국법인 관계자들은 경악했다. 거론되던 모든 방안 중 가장 강력한 조치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다음날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 발동 명령서에 서명하면서 굳이 한국을 찍어 다시 강하게 압박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재앙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일자리 20만 개를 잃었다”며 미국에 유리하도록 개정하겠다는 점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엔 자신을 ‘바보’ 등으로 지칭한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의 문자메시지 5만 건이 유실된 데 대해 “삼성 탓”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FBI 요원은 변호사와 2015년부터 2016년 대통령 선거 때까지 주고받은 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당시 후보를 비하했다.

메시지 내용이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 S5의 소프트웨어 결함 탓에 유실됐다고 전해졌으며, 화가 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삼성에 책임이 있다는 내용으로 올렸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자신과 관련한 국내 문제에 외국 기업인 삼성을 끌어들인 셈이다.

어느 누구보다 한국 기업들의 미국 추가 투자를 반긴 사람은 트럼프 자신이었다. 지난해 2월 삼성전자가 미국에 세탁기 공장 신설을 추진한다는 보도에 “생큐, 삼성”이라고 트윗하기도 했다. 공식 발표 전의 일이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를 조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삼성은 최근 미국에 세탁기 공장을 준공했으며, LG 역시 세탁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에서 수입규제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나라도 한국(3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14배)의 두 배가 넘는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한국의 약 세 배인 일본은 몇 건 되지 않는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북한 핵문제 대응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시각차를 보인 한·미 관계에서 일부 원인을 찾는 사람도 있다. 한 소식통은 “삼성과 LG가 수백만달러씩 들여 워싱턴 로비 회사들을 동원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과거 정부보다 훨씬 냉랭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현석 뉴욕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