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구형 아이폰 고객에 성능제한 선택권"
애플이 구형 아이폰(사진)의 성능을 고의로 제한한 것과 관련해 세계에서 집단소송이 잇따르자 앞으로는 사용자에게 성능 제한을 받아들일지 선택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애플은 사용자가 배터리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성능 저하를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도록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구형 아이폰이 배터리 문제로 전원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하자 성능 일부를 제한하는 업데이트를 했지만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아이폰 사용자들은 애플이 신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꼼수를 썼다며 세계 곳곳에서 집단소송에 나서고 있다. 사용자들이 이 같은 성능 제한을 원치 않는다면 이를 선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애플의 새 업데이트 핵심 내용이다.

쿡 CEO는 인터뷰에서 “애플은 새 배터리를 원하는 사용자에게는 아주 낮은 가격에 제공하고 다음달 공개할 개발자 버전에서는 배터리 상태에 대한 가시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여러분에게 예상치 못한 재시작이 없도록 성능을 어느 정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을 밝힐 것”이라며 “원치 않으면 이 기능을 꺼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사과도 했다. 쿡 CEO는 “우리는 사용자를 위한 결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혹시 모를 재시작 방지를 위해 성능 일부를 저하시키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며 “우리에게 다른 동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깊이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애플이 아이폰 성능을 낮춰 이용자의 반발을 사면서 한국에서도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쿡 대표와 대니얼 디시코 애플코리아 대표를 사기와 재물손괴, 컴퓨터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18일 고발했다.

이 단체는 애플이 아이폰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통해 아무 고지 없이 기기 성능을 낮춘 것이 새 휴대폰 판매 촉진을 위해 벌인 사기라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과 함께 애플 및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