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천 이월드 대표는 “외식, 호텔, 레저산업에서 쌓아온 그룹의 노하우를 베어스타운에 모두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유병천 이월드 대표는 “외식, 호텔, 레저산업에서 쌓아온 그룹의 노하우를 베어스타운에 모두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1999년 겨울. 유통업체인 2001아울렛 중계점에 근무하던 스물아홉 살 ‘스키광’은 금요일마다 불 꺼진 점포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오전 4시에 일어나 친구들과 새벽 스키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목적지는 경기 포천 베어스타운. 신입사원 티를 갓 벗은 그가 주말마다 스키에 푹 빠져 살 수 있었던 건 베어스타운의 가까운 거리와 합리적인 가격 덕분이었다. 이랜드 레저사업 총괄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유병천 이월드 대표(사진)의 청년 시절이다.

베어스타운과 유 대표의 인연은 2013년 이랜드그룹이 ‘쇼핑이 있는 리조트형 테마도시’ 건설을 위해 베어스타운을 인수하면서 다시 이어졌다. ‘전초기지 조성’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았지만 유 대표는 20여 년 전 주말마다 느끼던 두근거림을 아직 잊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이 푹 빠졌던 ‘겨울의 즐거움’을 서울, 수도권 시민들과 공유하는 게 그의 목표다.

스키장을 넘어 ‘추억 공간’으로

베어스타운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가족’이다. 유 대표는 “어렵게 짬을 내 아이들과 리조트로 주말여행을 온 부모에게 2박3일 내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가족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대표적인 시설이 ‘코코몽 눈썰매장’이다. 코코몽 눈썰매장은 국내 최장인 400m의 슬로프를 자랑한다. 순식간에 내려오고 나면 썰매를 끌고 다시 올라가야 하는 다른 눈썰매장과 차별화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썰매장 리프트를 설치했다. “아이들에게 눈썰매장은 단순한 놀이공간 이상의 추억을 남기는 곳”이라는 게 유 대표의 지론이다.

여름마다 개장하는 ‘코코몽 야외 수영장’도 베어스타운의 가족 특화 콘텐츠다. 아이들은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부모는 텐트 옆에서 바비큐를 즐기면서 아이들을 지켜보는 추억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아이들의 안전은 상시 대기하는 라이프가드가 책임진다. 유 대표는 “계곡보다 안전하고 캠핑장보다 저렴해 고객 만족도가 높다”며 “포천 주변에 비슷한 콘셉트의 수영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리조트를 재방문하는 가족 고객이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 따라왔다.

봄과 가을에도 ‘사계절 리조트 테마파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베어스타운을 인수한 뒤 안전을 위해 수십억원을 쏟아부은 스키 리프트가 효자 노릇을 한다. 리프트를 타고 산 중턱에 올라가 전망을 바라볼 수 있는 ‘리프트 전망 카페’가 대표적이다. 유 대표는 “지난가을 아내와 함께 리프트 전망 카페에 갔는데, 숲을 보고 아내가 가슴속 응어리가 다 풀리는 것 같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산악자전거 코스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레저 스포츠 루지 코스도 개발할 계획이다.

‘가족의 꿈과 추억을 지킨다’는 각오는 회사 운영에도 녹아 있다. 인수 당시 이랜드그룹은 베어스타운 직원들을 새로운 그룹 가족으로 맞아들였다. 7개월 동안 밀렸던 급여를 지급하고 체계적인 재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리조트라는 직장과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꿈을 잃지 않게 도와줄 수 있었던 게 가장 자랑스럽다”고 유 대표는 말했다.

수도권 동북부 시민의 테마도시 건설

‘이랜드 테마도시 건설’은 이랜드그룹의 오랜 꿈이다. 주말마다 가족들이 놀러와 이랜드가 마련한 의·식·주·레저·문화콘텐츠를 즐긴다는 ‘큰 그림’이다. 서울 동북부 시민(200만 명)을 비롯해 수도권 동북부 거주자 350만 명이 잠재 고객이다.

서울에서 40분만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베어스타운이 계획의 중심에 있다. “입지는 이미 최적”이라고 유 대표는 자부한다. 구리~포천고속도로가 개통됐다. 2018년에는 진접~내촌 도로가, 그 뒤에는 제2외곽순환도로 건설과 지하철 4호선 연장이 예정돼 있다. 테마도시 건설을 위한 물밑작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베어스타운 인근 토지에 쇼핑몰을 건설하기 위해 체육시설용지에서 상업시설용지로의 지구단위 인허가 용도변경을 추진 중이다. 진출입로 토지주 동의는 이미 받았다.

이랜드그룹은 외식·호텔·레저산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베어스타운에 모두 쏟아부을 계획이다. 5년 뒤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있다. “현장에서 들리는 고객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다면 그 이상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하는 유 대표의 눈이 빛났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