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란도트만 150번 연기… 냉혹함 속 인간미에 매료"
“투란도트는 차갑고 냉혹해 보이지만 사실은 너무도 인간적인 사람입니다. 제가 투란도트에 여전히 매료돼 있는 이유죠. 차가운 모습과 인간적인 면모를 동시에 끌어내는 것이 과제입니다. 중요한 순간에 ‘한방’을 보여줄 것입니다.”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 리허설룸에서 만난 미국 소프라노 린드스트롬(52·사진)은 뚜렷한 이목구비만큼이나 당찼다. 날카로운 목소리와 명료한 발음으로 얼음장처럼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주인공) 역에 제격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투란도트’ 역만 150번 넘게 연기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투란도트’로 불린다. 그가 오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열리는 ‘투란도트’ 무대에 올라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중국 고대 자금성을 배경으로 하는 오페라 ‘투란도트’는 선조의 목숨을 앗아간 이방인에 대한 복수심으로 세상 모든 남성에게 등을 돌린 미모의 공주 투란도트의 이야기다. 그에게 반한 타타르국의 왕자 칼라프가 ‘맞히면 결혼, 틀리면 참수형’을 걸고 투란도트가 내는 세 가지 수수께끼를 모두 풀었음에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칼라프를 사랑한 시녀 ‘류’의 죽음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린드스트롬은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모든 예술적 경험과 능력이 집대성된 걸작”이라며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사랑, 열정, 죽음, 갈등, 공포 등 모든 감정을 다루기 때문에 동시대에도 큰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이번 오페라는 특별한 무대 연출이나 의상 없이 노래로만 꾸며지는 콘서트 형식이다. 린드스트롬은 “보통의 오페라 무대가 극장 영화처럼 다차원적인 경험을 준다면 콘서트 오페라는 훨씬 즉각적인 경험이 될 것”이라며 “더욱 인간적인 성악가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칼라프 왕자 역은 지난 7월 영국 런던 코벤트가든에서 린드스트롬과 호흡을 맞춘 테너 박성규가 맡는다. 시녀 류 역은 소프라노 서선영이 연기한다.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