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파는 450mL 위스키… '폭탄주 문화'가 용량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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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기자의 알고 마시는 위스키

주문을 받은 종업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라진다. 그리고 한쪽에서 위스키를 따 한 잔 한 잔 주전자 비슷한 그릇에 따른다. 한 병씩 팔아본 적이 없는 종업원이 가격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몇 잔 나오는지 확인하고 잔당 가격을 곱해 역추산하는 긴 절차(?)가 끝나면 이를 다시 병에 담아 가져온다. 주변 손님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한국처럼 병째 주문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위스키 용량은 700~750mL다. ‘양주 좀 마셔본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병 크기와는 사뭇 다르다. 윈저 임페리얼 골든블루 등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위스키의 용량은 450mL. 조니워커나 발렌타인 등 외국 브랜드들도 한국에선 대용량과 함께 이 중간 용량 제품을 판다.

양주는 왜 한국에 상륙해 용량이 달라졌을까. 이는 위스키를 마시는 문화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 양주의 대부분은 유흥업소에서 소비됐다. 영업이나 접대를 위한 자리였다. 주로 폭탄주 ‘뇌관’으로 쓰였다. 이런 방식으로 서너 명이 마시기에 750mL는 좀 많았다. 그렇게 찾은 적정한 용량이 450~500mL였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약간 모자란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한 병을 더 시킨다. 이는 양주를 파는 업소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둘이 마시다가 한 잔이 모자라 한 병을 더 시키게 되는 소주처럼 가장 많이 팔 수 있는 용량을 찾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비싼 싱글몰트 위스키도 한국에선 용량이 바뀌었다. 에드링턴 코리아가 2013년 맥캘란 12년산 500mL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출시한 이후 싱글톤, 글렉피딕 등 여러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도 500mL 용량을 내놨다.
요즘은 또 다른 변화가 생기고 있다. 200mL 작은 병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혼술’ ‘홈술’을 즐기는 사람이 늘자 이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업체들이 용량을 줄였다. 지난해 조니워커레드를 시작으로 발렌타인, 제임슨 등이 잇따라 200mL를 내놨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조니워커레드의 소용량 판매는 9032상자(1상자=9L)에 달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