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 10대 성매매의 실체를 폭로 영화 '모범생(감독노홍식)'이 오늘(17일) 조용히 개봉했다.
저예산영화다보니 유명 상영관을 잡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천안과 포항 독립영화상영관에서 1회씩 상영할 예정입니다. 포항 지역은 지진으로 그마저도 어렵게 됐지만요. 서울 상영은 마케팅 비용을 엄청나게 쓰지 않는 한 꿈도 못꿉니다." KBS 드라마 제작국, 예능제작국 출신의 노홍식 감독이 안정된 직장을 뒤로 하고 영화를 통해 사회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영화에서 노출을 할 경우 투자를 하겠다는 제안이 많았지만 10대 아이들이 쉽게 성매매를 하면서 인생 낙오자가 되는 소재를 다루면서 눈길을 끌기 위해 노출을 한다는 것은 제 의도와 맞지 않아 거절했어요. 저예산 영화라도 소외된 약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취지를 밀고 나간다면 언젠가는 관객들이 알아주실 거라 믿습니다."
노 감독은 아직 성적 자아가 독립하지 않은 10대를 대상으로 한 성매매는 성폭행이라고 규정했다.
"10대 성매매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이같은 문제가 사회적으로 만연되다보니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도 떨어지고 무뎌진 것 같아 안타까워요. 영화를 기획하면서 가출청소년들의 '가출팸'이나 '또래포주'를 인터뷰 했지만 그 실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영화 '모범생'도 낮에는 멀쩡히 학교 다니는 모범생이지만 밤에는 친구들을 술자리에 연결시켜주는 '포주'역할을 하는 10대를 주인공으로 다룹니다. 친구를 대상으로 '술자리에 옆에 앉아있기만 하면 된다'고 유혹하지만 결국엔 성매매로 이어지게 되죠. 많은 성매수자들이 소외 말하는 엘리트 층이라는 점에서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노 감독이 영화를 통해 강조하는 점은 성인의 성(性)은 타인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10대의 성은 다르다는 것이다. 노 감독은 "10대의 성은 거래돼서는 안된다. 10대의 성을 사려는 수요자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유혹에 빠지고 성을 '거래'하는 조건만남이 성행하게 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영화 '모범생'은 10대 가출 소녀들에게 뻗치는 비열한 거리의 검은 손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한 소녀의 세상과 점점 멀어져야만 했던 슬픈 현실과 그 속에서 부서지고 버려진 꿈들이 담겨 있다.
노홍식 감독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10대들과 성매매가 심각할 정도로 만연돼 있다. 그러나 그들을 향한 폭력은 '성적 자기 결정권'으로 정당화된다"면서 "흔히들 '내 자식 아닌데 뭐. 지들 팔자지. 다 못된 애들이야. 우리 아이들과는 달라'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길을 헤매고 다니는 10대가 바로 내 자녀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노 감독은 "영화 '모범생'이 10대 청소년 성매매와 비뚤어진 어른들의 욕구, 범죄의 온상으로 떠오른 채팅앱의 실태에 대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한다. 이 영화를 보고 10대 성매매를 하려는 사람들 중 10중 중 단 한명이라도 생각이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