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가 우여곡절 끝에 예정대로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줄곧 ‘과세 유예’를 요구하던 개신교계가 결국 한발 물러서면서다. 그러나 목회활동비의 과세 여부 등 세부기준을 놓고 막판 갈등 소지가 남아 있다.

◆“내년 예정대로 종교인 과세”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종교인 과세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참석자 중에) 과세를 유예해달라는 의견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 유예하지 않고 내년부터 과세를 시행하되 정부가 준비 절차를 서둘러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개신교계가 과세 대응을 위해 구성한 태스크포스(TF)의 공동위원장인 소강석 목사도 “과세 시기를 유예한들 법이 폐기되는 것은 아니다”며 “기재부가 마찰을 줄이는 범위에서 준비하면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내년 과세를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국회는 2018년 1월1일 이후 발생하는 종교인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2015년 12월 통과시켰다. 그러나 과세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종교계는 “정부의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며 “과세를 유예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8월부터 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 7대 종교계를 차례로 찾아 설득했지만 일부 기독교단체는 과세 유예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개신교계가 이날 큰 틀에서 과세를 수용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종교인 과세는 예정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개신교계는 다만 종교인의 세무조사가 종교단체 사찰이 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시행 초기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신고 누락 등은 처벌을 유예하는 방안도 마련해달라고 했다. 기재부는 조만간 입법예고할 시행령에 보완사항 등을 담을 계획이다.

◆목회활동비 과세 놓고 막판 갈등

정부와 종교계의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과세 항목의 세부기준을 놓고 여전히 의견 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앞서 각 종교계에 종교단체가 소속 종교인에게 지급하는 생활비 사례비 상여금 보험료 통신비 등은 과세 대상으로 삼되, 신도가 직접 종교인에게 주는 심방사례비나 주례비 등은 과세 대상 소득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기준안을 제시했다.

가장 크게 쟁점이 되는 항목은 목회활동비다. 대형교회는 담임목사에게 목회활동비를 지급해 다양한 목회활동에 재량껏 쓰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목사가 목회활동비를 사적으로 유용했다가 적발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기재부는 종교단체가 소속 종교인에게 지급하는 목회활동비와 관련해 ‘해당 단체를 위해 지출한 것으로 실제 지출한 비용에 대해 정산이 있을 경우’ 과세 대상 소득에서 제외하지만 ‘매월 또는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지급하는 경우’라면 세금을 매기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개신교계는 “목회활동에 큰 지장을 받게 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종교단체 내규에 목회활동비 지급이 반영돼 있으면 이를 비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재현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이날 국회에서 별도로 열린 종교인 과세 간담회에서 “일정 기준에 따라 종교활동비(목회활동비)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이번주 세부 기준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일규/이상열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