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미국 Fed 차기 수장 파월이 풀어야 할 '통화정책 3차 방정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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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시대' 맞는 Fed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렸던 미국 중앙은행(Fed) 차기 의장 인선이 지난 2일 마무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롬 파월 Fed 이사를 재닛 옐런 Fed 의장을 이을 후임자로 지명했다.
미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파월 지명자는 내년 2월부터 4년 임기의 Fed 의장직을 수행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파월 지명자가 Fed 의장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도전과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을 벌써부터 내놓고 있다.
◆긴축정책 무리없이 수행할까
Fed 의장은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린다. 역사적으로 Fed의 통화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친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한 표현이다. Fed 의장의 역사적 소명은 미국 경제 및 세계 경제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전전임 벤 버냉키 의장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파산’을 막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는 양적완화라는 과감한 정책 실험으로 ‘구원투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2월 버냉키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은 옐런 의장은 뒷수습 역할을 맡았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버냉키가 시행한 통화완화 정책을 거둬들이는 것이었다. 옐런은 테이퍼링(채권 매입 규모의 점진적 축소), 네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 미국 국채를 비롯한 Fed 보유자산 매각 결정 등을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수행해냈다.
옐런 의장이 통화완화 정책에서 통화긴축 정책으로 방향 전환을 무난히 이뤄냈다면 파월 지명자는 본격적인 긴축정책을 실행에 옮길 책무를 진다. Fed의 공개성명과 주요 인사의 발언을 종합하면 옐런의 Fed가 구상한 긴축 로드맵은 12월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한 뒤 내년에는 세 차례 정도 추가 인상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 “파월 지명자가 긴축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화정책 독립성 확보할까
파월 지명자가 직면할 난제는 미국의 경제 상황과 인사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주문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 경제만 놓고 보면 Fed는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게 맞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지난 2분기 3.1%(전기 대비 연율 기준)에 이어 3분기에는 3.0%를 기록했다. 6개월 기준으로 최근 3년 새 가장 강한 성장세다. 금융시장에서는 ‘거품’ 우려가 나올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지명자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낮은 수준에서 유지해주길 바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도 파월이 차기 의장에 지명된 직후 “옐런 의장, 의장 경쟁자였던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등에 비해 파월 이사는 ‘통제가 용이한 인물’이란 인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틈만 나면 연 3% 경제성장률 달성을 공언해왔다. 하지만 Fed가 추정한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1.8%에 불과하다. 트럼프 정부의 공언이 현실화하려면 Fed가 경기 과열을 용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파월 지명자는 지난 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이라는 오랜 전통을 지켜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Fed 이사 재임기간 그가 보여준 온건한 성향을 감안할 때 트럼프 행정부로부터의 통화정책 관련 정치적 압력을 물리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디커플링 수수께끼’도 풀어야
파월 지명자가 당면할 또 하나의 난제는 고용과 물가 간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다. 통상 경기가 확장 국면에 진입하면 고용 상황이 좋아지고, 물가 상승률도 높아진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고용과 물가가 따로 노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발생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때 10%까지 치솟았던 미국 실업률은 하락세를 지속해왔다. 지난 3일 발표된 10월 실업률은 4.1%로 전달(4.2%)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했다.
Fed는 실업률이 4.6% 밑으로 떨어지면 ‘완전고용’ 상태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현재 실업률은 이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반면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정체돼 있다. 지난 2월 전년 동월 대비 2.7%까지 높아졌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5월 이후 넉 달간 1%대에 머물렀다. 지난 9월 2.2%로 반등하긴 했지만 지속될지는 두고봐야 한다. Fed로선 실업률을 보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보면 기준금리를 좀 더 낮게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한 것이다.
Fed는 그동안 고용과 물가의 이례적 디커플링 현상을 풀기 위해 내부적으로 연구를 거듭해왔지만 아직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옐런 의장이 지난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왜 오르지 않는지 수수께끼”라고 말한 이유다.
Fed 내부에서는 고용시장 회복이 일정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강하게 밀어올리는 ‘터닝포인트’가 언젠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할 경우 파월 지명자는 “섣부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는 “경기과열을 방치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세제개편안 불확실성 변수
트럼프 행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세제개편안 역시 파월 지명자에게 적잖은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공화당은 최근 최고 35%인 법인세율을 2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을 공개했다. 세제개편안이 의회 통과 후 시행될 경우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고 연 3%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물론 공화당의 이 같은 ‘장밋빛 청사진’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경제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세제개편안에 비판적인 경제학자들은 개편안의 경기부양 효과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개편안에 우호적인 경제학자들은 경기부양 효과가 분명 있겠지만 이로 인해 물가상승 속도 또한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WSJ는 “세제개편안이 실행될지, 그리고 그 효과가 어느 정도 될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파월 지명자의 통화정책 결정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윤/허란 기자 oasis93@hankyung.com
◆긴축정책 무리없이 수행할까
Fed 의장은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린다. 역사적으로 Fed의 통화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친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한 표현이다. Fed 의장의 역사적 소명은 미국 경제 및 세계 경제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전전임 벤 버냉키 의장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파산’을 막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는 양적완화라는 과감한 정책 실험으로 ‘구원투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2월 버냉키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은 옐런 의장은 뒷수습 역할을 맡았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버냉키가 시행한 통화완화 정책을 거둬들이는 것이었다. 옐런은 테이퍼링(채권 매입 규모의 점진적 축소), 네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 미국 국채를 비롯한 Fed 보유자산 매각 결정 등을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수행해냈다.
옐런 의장이 통화완화 정책에서 통화긴축 정책으로 방향 전환을 무난히 이뤄냈다면 파월 지명자는 본격적인 긴축정책을 실행에 옮길 책무를 진다. Fed의 공개성명과 주요 인사의 발언을 종합하면 옐런의 Fed가 구상한 긴축 로드맵은 12월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한 뒤 내년에는 세 차례 정도 추가 인상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 “파월 지명자가 긴축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화정책 독립성 확보할까
파월 지명자가 직면할 난제는 미국의 경제 상황과 인사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주문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 경제만 놓고 보면 Fed는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게 맞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지난 2분기 3.1%(전기 대비 연율 기준)에 이어 3분기에는 3.0%를 기록했다. 6개월 기준으로 최근 3년 새 가장 강한 성장세다. 금융시장에서는 ‘거품’ 우려가 나올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지명자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낮은 수준에서 유지해주길 바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도 파월이 차기 의장에 지명된 직후 “옐런 의장, 의장 경쟁자였던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등에 비해 파월 이사는 ‘통제가 용이한 인물’이란 인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틈만 나면 연 3% 경제성장률 달성을 공언해왔다. 하지만 Fed가 추정한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1.8%에 불과하다. 트럼프 정부의 공언이 현실화하려면 Fed가 경기 과열을 용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파월 지명자는 지난 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의 독립성이라는 오랜 전통을 지켜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Fed 이사 재임기간 그가 보여준 온건한 성향을 감안할 때 트럼프 행정부로부터의 통화정책 관련 정치적 압력을 물리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디커플링 수수께끼’도 풀어야
파월 지명자가 당면할 또 하나의 난제는 고용과 물가 간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다. 통상 경기가 확장 국면에 진입하면 고용 상황이 좋아지고, 물가 상승률도 높아진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고용과 물가가 따로 노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발생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때 10%까지 치솟았던 미국 실업률은 하락세를 지속해왔다. 지난 3일 발표된 10월 실업률은 4.1%로 전달(4.2%)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했다.
Fed는 실업률이 4.6% 밑으로 떨어지면 ‘완전고용’ 상태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현재 실업률은 이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반면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정체돼 있다. 지난 2월 전년 동월 대비 2.7%까지 높아졌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5월 이후 넉 달간 1%대에 머물렀다. 지난 9월 2.2%로 반등하긴 했지만 지속될지는 두고봐야 한다. Fed로선 실업률을 보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보면 기준금리를 좀 더 낮게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한 것이다.
Fed는 그동안 고용과 물가의 이례적 디커플링 현상을 풀기 위해 내부적으로 연구를 거듭해왔지만 아직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옐런 의장이 지난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왜 오르지 않는지 수수께끼”라고 말한 이유다.
Fed 내부에서는 고용시장 회복이 일정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강하게 밀어올리는 ‘터닝포인트’가 언젠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할 경우 파월 지명자는 “섣부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는 “경기과열을 방치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세제개편안 불확실성 변수
트럼프 행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세제개편안 역시 파월 지명자에게 적잖은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공화당은 최근 최고 35%인 법인세율을 2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을 공개했다. 세제개편안이 의회 통과 후 시행될 경우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고 연 3%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물론 공화당의 이 같은 ‘장밋빛 청사진’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경제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세제개편안에 비판적인 경제학자들은 개편안의 경기부양 효과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개편안에 우호적인 경제학자들은 경기부양 효과가 분명 있겠지만 이로 인해 물가상승 속도 또한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WSJ는 “세제개편안이 실행될지, 그리고 그 효과가 어느 정도 될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파월 지명자의 통화정책 결정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윤/허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