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 품목 '무한대' 확장
교원, 허브 등 '식물렌털'로 돌풍
최근 미술작품 대여도 인기
롯데백화점, 패션 렌털 매장 오픈
혼수·유아 시장도 렌털 바람
유모차·장난감까지 빌려 해결
식물 생장에 필요한 온도와 습도, 공기순환을 자동으로 제어하며 농약을 쓰지 않는다. 교원그룹은 ‘가정용 식물재배기’(사진 아래)를 렌털한 고객들에게 여기에서 자란 모종을 두 달에 한 번씩 배송해준다. 식물재배기에서 1주일만 키우면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 렌털 가격은 월 2만~3만원대다.
국내 최초의 ‘식물렌털’은 시작된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식물재배기 7000개가 임대됐다. 직원이 주기적으로 방문해 배양액 교체 등 관리를 해준다. 교원그룹은 이를 위해 40억원을 투자했다. 장평순 회장은 “렌털 사업의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을 접목해 앞으로도 새로운 분야에서 렌털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뭐든지 빌려드려요”
렌털 서비스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취급 품목도 다양해졌다. 국내 렌털산업은 1970년대 건설 분야에서 고가의 산업용 기계 장비나 포클레인·크레인 등 토목 건설 장비, 생산 시설 임대에서 시작돼 생활가전과 가정용품, 자동차, 각종 소비재로 확대됐다.
한국렌털협회가 추산한 국내 렌털 업체는 2만4000여 곳.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렌털은 이제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수천만원짜리 고가의 차와 TV 등 내구재, 안경 가방 옷 유아용품 등 각종 소비재까지 다 빌릴 수 있다.
최근 등장한 렌털 상품 중 눈길을 끄는 것은 300만원대 청소기다. 미국 컬비 제품으로 원래는 매트리스 진드기 제거 등 청소용역회사들이 주로 쓰던 전문가용 브랜드다. 월 7만9000원에 빌려쓸 수 있다. 예술 작품에도 렌털이 도입됐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오픈갤러리가 하고 있는 미술품 렌털도 인기다. 큐레이터가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골라 3개월 단위로 대여하는 서비스다. 부담 없는 가격에 ‘작은 사치품’으로 집안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후발업체들도 생겼다.
전체 매출에서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백화점에도 옷 렌털 매장이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소공동 본점에 업계 최초로 패션 렌털 매장 ‘살롱 드 샬롯’을 열었다. 결혼식이나 돌잔치 등 특별한 날에 한두 번 입을 의류 대여에 적합하다. 더클로젯, 리본즈 등 명품대여 서비스도 성업 중이다. 명품 분실에 대비한 보험도 제공한다.
미국의 여성의류 렌털 서비스 ‘렌트더런웨이’는 턱시도 렌털 모델을 여성복에 적용하며 성공적인 공유경제 모델로 자리 잡았다. 옷장에 걸려있는 옷을 공유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반의 플랫폼을 선보인 게 먹혔다. IoT 등 기술 발전으로 날개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고가의 혼수시장에서도 렌털 바람이 분다. 가전제품은 물론 침대 매트리스까지 대부분 렌털을 통해 해결한다. 듀오웨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예비부부 479명 가운데 66.2%가 혼수 장만에 렌털을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렌터카 1위인 롯데렌탈에서 시작한 소비재 렌털 ‘묘미’에선 최고급 유모차인 스토케 제품 대여서비스가 인기다. 장난감을 비롯한 각종 유아용품도 렌털로 해결한다.
애완견, 고급 요트, 심지어 스튜디오까지 잠시 빌려쓰는 게 가능해졌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강아지를 단기간 빌리는 가정이 늘었다. 3박4일 대여시 가격은 7만원 선이다. 한 사진관에선 셀프 촬영을 위해 1시간씩 스튜디오를 대여해 준다. 전문가를 고용할 경우 많게는 100만원이 드는 촬영비용을 3만원으로 대폭 아낄 수 있다. 최고급 요트도 렌털 대상이다. 리츠칼튼호텔 컴퍼니는 미슐랭 3스타 셰프의 동승을 비롯해 고급 스파, 펜트하우스 등의 서비스가 가능한 요트를 빌려준다.
사물인터넷(IoT) 시장의 성장세도 렌털 시장의 새로운 성장요인이다. 코웨이는 ‘마이한뼘정수기’에 IoT 기능을 접목해 물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물을 많이 마시면 필터 교체를 일찍 해주는 식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관련 기기, 스마트워치, 드론, 헬스케어 장비 등의 렌털도 확대되고 있다.
파주=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