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초 어느 여름날. 영국 옥스퍼드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였던 존 로널드 루엘(J.R.R) 톨킨은 학생들의 시험지를 채점하다 멈칫했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 답안지 한 장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는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른 짧은 문장 하나를 빈 종이에 적었다. “땅속 어느 굴에 호빗이 살고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그런데 도대체 호빗이 뭐지?”

1937년 9월17일 위 문장으로 시작하는 호빗 초판이 출간됐다. 마법사 간달프가 집에 찾아온 뒤 호빗인 빌보 배긴스와 친구들이 무서운 용 스마우그가 빼앗아간 보물을 찾으러 떠나는 모험을 그린 이 소설은 단숨에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1954년엔 반지의 제왕이 나왔다. 영국 언론은 호빗이 약 1억 부, 반지의 제왕은 약 1억5000만 부 팔린 것으로 추정한다. 둘 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톨킨은 1892년 영국 식민지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영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영국으로 이주했다. 1908년 옥스퍼드대에서 공부를 시작하고부터는 1차 세계대전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한 평생을 연구와 집필에 바쳤다.

1972년 대영제국 훈장 3등급(CBE)을 받은 톨킨은 이듬해 9월2일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