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강 따라, 선비의 자취를 따라
대부분 문명이 강에서 시작됐듯이 낙동강 700리 물길에도 13개 고대국가가 있었다. 봉화 기저국, 안동 창녕국, 의성 조문국, 군위 여담국, 문경 근기국, 상주 사벌국, 김천 감문국, 구미 군미국, 고령·성주 대가야 등이 그것이다.

안동은 그중에도 낙동강 본류의 시작점이다. 태백 황지에서 출발한 물줄기가 봉화와 안동에 발 담근 청량산을 휘감으며 가송 농암종택을 지나 퇴계 종택과 이육사 시인 마을 앞에서 치맛자락을 펼치면서 도산서원을 지나 ‘도산구곡’을 만들어 낸다.

흐르는 여울엔 세계기록유산이 있는 국학진흥원, 예안향교와 선성현문화단지가 있고 안동댐을 지나 법흥동 7층 전탑과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 임청각 앞에서 본류의 주손이 된다. 도산구곡 굽이굽이에는 ‘군자리(君子里) 마을’과 같은 반촌(班村)들이 자리한다.

영양 일월산에서 발원한 반변천은 안동 간고등어의 연원인 임동 챗거리장터를 지나 전주 유씨 집성촌 무실을 담고 독립운동기념관이 있는 의성 김씨 집성촌 내앞마을, 명승 제26호 개호송 솔숲과 백운정, 선어대를 거쳐 귀래정 앞에서 두 번째로 낙동강에 합류한다. 청송 방각산에서 발원한 길안천 역시 용담사를 올려다보며 천지갑산과 묵계서원, 안동포의 마을 금소리를 보듬으며 반변천에 몸을 의탁해 낙동강 본류에 깃든다. 송야천은 영주 봉수산에서 출발해 봉정사 어귀 ‘저전농요’의 마을과 성주의 본향 제비원을 지나 학봉종택과 금계, 임천서원이 있는 노하동 발목을 적시며 본류에 가담한다. 미천은 의성 고운사 위쪽 골짝에서 발원해 아동문학가 권정생 생가와 고산서원, 천연기념물 구리 측백나무숲을 뒤로하며 낙동강에 스민다.

이렇게 5개 지천이 모여 형성되는 낙동강 본류는 고고한 낙암정을 내세운 단호리와 풍산 마애솔숲 앞에 백사장을 펼쳐놓고는 단원 김홍도의 친필 현판이 있는 체화정, 독립운동의 성지 가일마을, 안동 김씨 집성촌 소산마을을 먼발치에서 쳐다보고는 병산서원 앞을 돌아 세계유산 하회마을을 감싼다. 1300만 명을 품고 젖을 물리는 낙동강이 첫발을 떼는 안동. 강을 따라 조선 성리학이 만개했고, 문화도 찬연히 꽃피었다. 누정(樓亭)과 서원, 수백 년 된 고가, 선사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무형 문화유산들이 숱한 사연을 풀어내고 있다.

‘한국 속의 한국’ 안동. 조선 중기 대학자 농암 이현보 선생은 “정승 벼슬도 이 강산과 바꿀 수 없다”고 하셨다. 여름이 끝나기 전 안동의 ‘강을 따라 선비의 자취를 따라’ 거닐어 보시기를 권한다.

김광림 <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glkim@n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