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독점 계약" 가짜 '펄' 만들어 80억대 부당이득 챙긴 주가조작단
‘중국 유통시장 진출’ 등의 호재성 뉴스를 연일 터뜨리며 중국 ‘붐’을 일으킨 작전주의 실체가 드러났다. 중국 최대 국영 에너지기업의 자회사라던 거래처는 자본금 7억원짜리 영세업체에 불과했다. 해외 사업 정보는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가짜 펄(진주·주가 부양을 위한 그럴 듯한 거짓정보)에 언론도 투자자도 당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제2부(부장검사 박길배)는 사채 자금으로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뒤 중국 대기업 자회사와 독점적 납품계약을 체결했다고 속여 주가를 올려 87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상장사 사주 박모씨(52) 등 세 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 주가조작단은 “중국과 옷깃만 스쳐도 상한가”란 말까지 나오던 중국 테마주 열풍을 노렸다. 이들은 2015년 7월 게임업체였던 네오아레나(현 씨엘인터내셔널)를 사채 등 차입금으로 인수했다.

이후 글로벌 유통사업으로 업종을 전환하며 씨엘인터내셔널로 사명도 바꾼 이들은 그해 10월 씨엘인터내셔널이 중국 최대 국영 에너지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의 자회사인 중국석유생활망과 독점적으로 납품계약을 맺었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중국석유생활망은 CNPC의 직원 온라인 복지몰과 2만2000개 주유소 편의점에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라는 상세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언론사들은 별다른 확인 없이 ‘씨엘인터내셔널 중국 유통사업 진출’ 등 호재성 기사를 쏟아냈다. 이에 매수세가 이어져 주가는 한 달 만에 1290원에서 7020원으로 다섯 배 넘게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 일당은 87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그러나 대주주의 지분매각 소식에 주가는 1000원대로 곤두박질쳤고 2016년 9월 상장폐지됐다.

검찰 조사 결과 씨엘인터내셔널에 관한 보도는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다. 중국석유생활망은 자본금 7억원의 영세 자영업체에 불과했다. CNPC와의 연관성은 그 회사 직원 아파트 단지 내에 가판대를 차려놓고 쌀과 참기름, 두부 등을 파는 게 전부였다.

이 업체를 대기업의 자회사로 둔갑시킨 건 속칭 ‘펄’ 중개업체였다. 중개업체인 MK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 사주 김모씨(54·구속) 등 세 명은 업무제휴 관계에 있던 영세업체를 대형 거래처로 포장해 박씨 측에 제공했다. 검찰은 정보 제공의 대가로 17억원을 받은 김씨 등 브로커 두 명을 구속기소하고 한 명은 불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 사업은 내용을 확인하기 곤란하고 수사당국이 일일이 모니터링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주가조작 세력뿐 아니라 허위 펄을 유통시키는 브로커에게까지 중형을 선고해 허위 정보 유통 자체를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