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인증샷 쏟아져…"익숙하지만 새로워"
◆“소비자 요구에 31년 만에 응답”
수박바는 롯데제과가 1986년 출시한 장수 아이스크림이다. 쪼갠 수박 모양을 본떠 만든 이 아이스크림은 빨간색(과육) 부분이 90% 정도, 녹색(껍질) 부분이 10% 정도를 차지한다. 빨간 부분은 멜론과 수박의 단맛이, 녹색 부분은 딸기향의 상큼한 단맛이 특징이다. 녹색 부분이 더 맛있다고 느낀 소비자들은 오래전부터 “녹색 껍질 부분의 양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롯데제과는 출시 31년 만에 편의점 CU와 손잡고 수박바를 새롭게 바꿔 내놨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접근을 하자’는 것을 모토로 삼았다. 10%인 녹색 부분을 위로 올려 90%로 만들고, 빨간색 부분을 10%로 줄여 아래로 넣었다. 위 아래를 뒤바꾼 것. 지난달 29일 출시 첫날 약 2000개가 팔려나갔고, 10일째인 이달 8일 하루 13만 개 이상 팔렸다. 10일간 누적 판매량은 100만 개에 달했다. 1초에 1개 이상 팔린 셈이다. CU에서 7월 빙과류 제품 중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원조 수박바도 덩달아 인기
거꾸로 수박바는 출시와 동시에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일으켰다. 각종 SNS를 통해 시식 후기가 올라왔고 제품을 패러디한 사진도 꾸준히 게재됐다. 특히 유년기에 수박바를 즐겨 먹던 30~40대, 연예인들이 인증샷을 올리면서 마케팅 효과를 내고 있다. 그동안 수박바를 즐겨 먹던 마니아층은 ‘내가 생각하는 수박바의 황금비율’을 주제로 다양한 형태의 패러디 창작물을 온라인에 올려왔다. 줄무늬 수박바, 땅따먹기형 수박바, 50 대 50 수박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장수 제품이기 때문에 ‘추억의 맛’을 떠올리며 호기심 반, 그리움 반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일부 소비자는 진짜 원하던 맛이 드디어 실화가 됐다는 등의 반응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거꾸로 수박바가 인기를 끌자 원조 수박바 매출도 40% 이상 늘었다.
롯데제과는 올 들어 죠스바, 스크류바, 수박바 등 장수 빙과류를 변형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죠스바, 스크류바, 수박바는 파우치에 담겨 나와 출시 한 달 만에 300만 개가 판매됐다. 수박바는 왕수박바, 통에 담긴 수박바, 수박바 젤리 등으로도 판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과·빙과업계가 전반적으로 히트상품 가뭄 등으로 침체돼 있다”며 “한때 전국적 인기를 끌었던 제품을 리뉴얼해 내놓는 방식은 소비자 향수를 자극해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면서 시장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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