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공이산(愚公移山) 자세로 사막화 방지에 기여할 때
매년 6월17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이다. 기후변화협약(UNFCCC), 생물다양성협약(UNCBD)과 함께 유엔의 3대 환경협약인 사막화방지협약(UNCCD)의 채택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된 날이다.

사막화는 기존의 사막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4대 사지(沙地)인 내몽골 자치구의 후룬베이얼과 커얼친은 풀이 무성한 초원이었다. 하지만 무리한 개간과 방목이 자연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면서 푸른 초원은 사막으로 변했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자료에 따르면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적으로 1분당 23㏊, 축구장 약 46개에 해당하는 토지가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역시 매년 봄철 몽골과 중국의 사막화 지역에서 날아오는 황사로 인해 국민 건강을 포함해 사회·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최근에는 황사 바람이 중국 동쪽의 산업지대를 지나면서 미세먼지도 함께 유입돼 큰 환경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사막화는 직간접적으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파괴시키고 토양 침식, 모래 퇴적, 토양 황폐화로 이어지면서 인간 사회에 큰 피해를 초래한다. 또 사막화 발생 국가뿐 아니라 이웃 국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느 한 나라만의 책임이 아니라 전 세계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됐다.

어떻게 하면 사막화를 막을 수 있을까.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중국과 몽골 지역의 사막화 방지를 위해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막화를 가속화시키는 모래폭풍을 막기 위해서는 방풍림이 필요하다. 초속 7.5m의 모래폭풍이 발생할 때 86%의 모래가 지표로부터 20㎝ 높이에 분포해 이동하는데, 방풍림은 나무 높이의 20배 거리까지 모래의 이동을 막을 수 있다. 또 사막화 지역에 식물을 자라게 하려면 수시로 무너져 내리는 모래를 고정해야 한다.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돌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다음으로 사막의 건조한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식물을 심어야 한다. 다년생 초본류의 선발 실험에서 김의털, 벌노랑이, 알팔파 등이 목초지 조성에 유용한 수종으로 선정됐다. 끝으로 물의 공급과 초기 관리가 중요하다. 선정된 수종들은 물 없이도 사막화 지역에서 생존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물이 공급되면 33~70%까지 생장이 증가한다. 이 밖에도 내건성 포플러 나무 품종의 선발, 토양 개량, 관개 방법 개선 등 다양한 연구가 수행돼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에 기여하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 지역에 여의도 면적의 약 38배인 1억1000만㎡를 조림했으며 계속해서 조림 면적을 늘려 가고 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한 과학적 접근만큼 중요한 것이 장기적인 계획의 수립과 꾸준한 실천이다. 사막으로 변한 땅이 푸른 초원과 숲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레가 700리나 되는 태항산과 왕옥산을 대를 이어가며 옮기고자 했던 옛 중국 ‘우공(愚公)’ 일화에서 유래한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은 2011년 10월 ‘제10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 당사국총회(COP10)’를 유치하고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 가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중장기 이행 내용을 담은 ‘창원이니셔티브’를 채택해 사막화 방지 프로젝트 및 과학기술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토 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로 평가받는 한국은 일제강점기의 수탈과 6·25전쟁으로 황폐화된 국토를 울창한 산림으로 만들어 ‘우공이산’을 실천한 경험이 있다. 그 실천에는 국제 사회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 이제는 우리가 성공의 경험을 공유해 ‘제2의 우공이산’으로 사막화 방지에 기여할 때다.

이창재 < 국립산림과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