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 교육비 지원이 교육기회 평등에 더 효과적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우수 대학 진학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존재했다. 대학 진학을 위한 치열한 진입 경쟁은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우수 대학에서 제공하는 제한된 교육 자원을 높은 학업성취를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분배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과도한 사교육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른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정책도 있다. 공교육 정상화와 반값 등록금, 학생 선발 제도의 다양화 등이다. 이런 정책 효과에 대한 분석은 기존의 주류 경제학에서 다각도로 이뤄졌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우수한 공교육이 광범위하게 공급되고 있으며 높은 대학 진학률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의 실정을 반영하는 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 공교육 강화와 교육비 보조는 대학 입시에 소요되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공교육 강화의 경우 사교육비를 직접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교육비 보조는 가구의 차입 제약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정책은 우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에 참여하는 가구 수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우수 대학의 입학 정원이 일정 수준으로 제한돼 있는 한 대학 교육에 대한 초과 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우수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학생들의 출신 성분의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간단한 사고 실험을 위해 두 가지 교육 정책의 시나리오를 설정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준점의 상향 조정과 같은 입학 기준을 유지한 채 등록금 상승을 통해 초과 수요를 해소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등록금 상승을 제한한 채 입학 기준의 강화를 통해 초과 수요를 해소하는 방법이다.

분석 결과 첫 번째 시나리오와 같이 공교육 강화나 교육비 보조가 등록금 상승을 동반하면 이 정책들이 교육 기회의 평등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거나 제한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두 번째 시나리오대로 앞서 언급한 교육정책들이 등록금 상승을 배제한 상태에서 입학 기준의 상승만 동반하면 교육 기회의 평등을 제고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정책이 교육 기회의 평등을 제고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면 그 수단이 공교육 강화든 교육비의 직접적 지원이든 등록금 상승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선행되지 않는 한 기대한 효과로 귀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등록금 상승이 억제된 상태에서 공교육 강화와 교육비 지원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일까. 이론적 분석 결과는 교육비 지원이 상대적으로 교육 기회의 평등에 더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제한된 교육예산 아래에서 두 가지 정책 가운데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에 대해 일정 부분 시사하는 측면이 있다.

교육비 지원처럼 경쟁의 초기 부존조건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교육과정에 대한 지원보다 상대적으로 더 교육 기회 평등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비 지원에 대한 예산 삭감을 대가로 공교육 강화를 위한 예산 지원 증가로 이어질 때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고려한 분석의 시나리오는 공공정책의 재원조달 과정은 생략했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정책 대안 간 상대적 효과에 관한 정량 분석은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봉제 < 성균관대 경제연구소 연구교수 >

○이 글은 2016년 《경제학연구》에 실린 ‘대학 입시 경쟁과 공공정책: 공교육 강화와 교육비 보조 정책의 효과’를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