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채권, 돈 된다"…독재정권에 자금 대준 골드만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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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면 채권값 두 배 뛴다"
국영기업 회사채 28억달러어치…30% 싸게 사들여 연수익률 40%
경제난에 '반정부 시위' 들끓는데 마두로 정부에 긴급 유동성 지원
"고통 대가로 돈벌이" 비난 쏟아져
국영기업 회사채 28억달러어치…30% 싸게 사들여 연수익률 40%
경제난에 '반정부 시위' 들끓는데 마두로 정부에 긴급 유동성 지원
"고통 대가로 돈벌이" 비난 쏟아져
미국 월가의 간판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한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을 고수익 투자 기회로 활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니콜라스 마두로(사진) 독재정권에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긴급 유동성을 지원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최대 수익률 100% 노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베네수엘라의 국영석유회사(PDVSA)가 2014년 발행한 회사채 28억달러어치를 액면가의 31%인 8억6500만달러에 매입했다. 2022년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이다.
골드만삭스는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이 채권을 영국의 한 채권중개회사를 통해 매입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는 주된 수입원이 석유지만 국제 유가 폭락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했다. 외화 부족으로 주요 생필품 수입이 급감하면서 물가가 폭등하고 생산 활동은 사실상 마비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을 720%, 내년에는 2000%가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베네수엘라 국영기업의 채권 가격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와 함께 폭락했다. 고위험·고수익을 노린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를 기회로 보고 몰려들고 있다. WSJ는 골드만삭스가 만기가 같은 국채 시세보다 31% 낮은 가격에 채권을 매입했으며, 이자수익을 감안하면 연 수익률이 40%가 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두로 정권이 국가부도 사태만은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어 채권 거래는 활발하다. 노무라증권은 베네수엘라가 올해 식량·의약품 수입금액과 맞먹는 100억달러를 외채상환에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마두로 대통령이 물러나면 베네수엘라 채권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 소식통은 WSJ에 “골드만삭스는 세계 1위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가 정권 교체를 통해 제대로 된 경제개혁을 단행할 경우 국채 가격이 100% 넘게 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독재정권 연장 지원한 것”
골드만삭스는 “돈만 되면 뭐든지 한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단 1달러가 아쉬운 마두로 정권에 외화를 공급해 연명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경제난으로 식량과 의약품 부족 사태가 지속되면서 마두로 정권의 독재에 맞선 반정부 시위가 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격렬해진 시위 과정에서 최소 60명이 숨졌으며 마두로 정권 지지율도 20%로 추락했다.
훌리오 보르헤스 베네수엘라 의회 의장은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편지에서 “골드만삭스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을 대가로 돈을 벌고 있다”며 “의회가 이번 거래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전제로 “미래의 민주정부에 (골드만삭스가 매입한) 채권 (원리금) 상환을 거부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골드만삭스가 무아마르 알 카다피 독재정권 때 리비아 국부펀드 운용을 맡아 98% 손실을 냈다”는 영국 일간 가디언의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야권 인사이자 의회 재무위원회 소속 변호사인 앙헬 알바라도도 “골드만삭스가 잘못된 역사의 편에 섰다”며 “윤리와 사업적 관점에서 모두 나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장관을 지낸 리카르도 하우스만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월가의 또 다른 투자은행 JP모간체이스에 “신흥시장 채권지수 산정에서 베네수엘라 국채를 제외해달라”고 촉구했다.
◆“정부와는 접촉 안 했다”
WSJ는 베네수엘라가 달러를 구하려고 핵심 우방국인 러시아와 중국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으며, 모든 옵션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 매각에 힘입어 지난 25일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4억8200만달러에서 108억달러로 급증했다. 골드만삭스 측은 “베네수엘라 채권은 현 정부로부터 사들인 것이 아니며, 이를 매입하기 위해 현 정부와 접촉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최대 수익률 100% 노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베네수엘라의 국영석유회사(PDVSA)가 2014년 발행한 회사채 28억달러어치를 액면가의 31%인 8억6500만달러에 매입했다. 2022년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이다.
골드만삭스는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이 채권을 영국의 한 채권중개회사를 통해 매입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는 주된 수입원이 석유지만 국제 유가 폭락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했다. 외화 부족으로 주요 생필품 수입이 급감하면서 물가가 폭등하고 생산 활동은 사실상 마비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을 720%, 내년에는 2000%가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베네수엘라 국영기업의 채권 가격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와 함께 폭락했다. 고위험·고수익을 노린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를 기회로 보고 몰려들고 있다. WSJ는 골드만삭스가 만기가 같은 국채 시세보다 31% 낮은 가격에 채권을 매입했으며, 이자수익을 감안하면 연 수익률이 40%가 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두로 정권이 국가부도 사태만은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어 채권 거래는 활발하다. 노무라증권은 베네수엘라가 올해 식량·의약품 수입금액과 맞먹는 100억달러를 외채상환에 사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마두로 대통령이 물러나면 베네수엘라 채권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 소식통은 WSJ에 “골드만삭스는 세계 1위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가 정권 교체를 통해 제대로 된 경제개혁을 단행할 경우 국채 가격이 100% 넘게 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독재정권 연장 지원한 것”
골드만삭스는 “돈만 되면 뭐든지 한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단 1달러가 아쉬운 마두로 정권에 외화를 공급해 연명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경제난으로 식량과 의약품 부족 사태가 지속되면서 마두로 정권의 독재에 맞선 반정부 시위가 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격렬해진 시위 과정에서 최소 60명이 숨졌으며 마두로 정권 지지율도 20%로 추락했다.
훌리오 보르헤스 베네수엘라 의회 의장은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편지에서 “골드만삭스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을 대가로 돈을 벌고 있다”며 “의회가 이번 거래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전제로 “미래의 민주정부에 (골드만삭스가 매입한) 채권 (원리금) 상환을 거부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골드만삭스가 무아마르 알 카다피 독재정권 때 리비아 국부펀드 운용을 맡아 98% 손실을 냈다”는 영국 일간 가디언의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야권 인사이자 의회 재무위원회 소속 변호사인 앙헬 알바라도도 “골드만삭스가 잘못된 역사의 편에 섰다”며 “윤리와 사업적 관점에서 모두 나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장관을 지낸 리카르도 하우스만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월가의 또 다른 투자은행 JP모간체이스에 “신흥시장 채권지수 산정에서 베네수엘라 국채를 제외해달라”고 촉구했다.
◆“정부와는 접촉 안 했다”
WSJ는 베네수엘라가 달러를 구하려고 핵심 우방국인 러시아와 중국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으며, 모든 옵션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 매각에 힘입어 지난 25일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4억8200만달러에서 108억달러로 급증했다. 골드만삭스 측은 “베네수엘라 채권은 현 정부로부터 사들인 것이 아니며, 이를 매입하기 위해 현 정부와 접촉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