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이용자가 10억 명이 넘는 ‘10억 클럽’ 정보기술(IT)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각국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용자 검색 결과와 위치정보, 구매내역 등 빅데이터가 매일 수천억 건씩 취합돼 산업적 가치가 크지만 미국 IT 기업이 이를 독점하고 있어서다.

각국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앞세워 규제를 강화할지,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를 풀지 갈림길에 섰다.
미국은 '10억명 빅데이터'로 떼돈 버는데…규제 딜레마 빠진 일본·EU
◆‘10억 클럽’ 전성시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6일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는 세칭 10억 클럽이 글로벌 IT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며 “하지만 빅데이터 사용 등에서 2000여 개에 달하는 관련 규제에 발목이 잡힌 일본은 이 분야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간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는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열 개 이상이다. 미국 구글은 구글검색, G-메일, 구글맵 등 7개의 ‘10억 클럽’ 상품을 갖고 있다. 페이스북도 와츠앱을 비롯한 3개 서비스 이용자가 10억 명을 넘어섰다. 트위터, 중국 텐센트 위챗과 QQ메신저, 중국 대표 검색포털 바이두 등도 서비스 등록자 수가 10억 명 이상이다. 애플 아이폰의 누적 출하 대수도 10억대를 웃돈다.

10억 명이 넘는 소비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용자의 행동 패턴이 담긴 빅데이터 가치도 급등하고 있다. 나스닥에 상장된 구글 지주사 알파벳은 시가총액이 6550억달러(약 731조9600억원)로 이익 규모가 비슷한 도요타자동차(약 19조8300억엔·195조2800억원)의 세 배가 넘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알파벳이 보유한 빅데이터 가치가 도요타와의 격차를 벌렸다”고 분석했다. 빅데이터를 보유한 인스타그램과 링크트인, 모빌아이, 데이터로직 등은 최근 몇 년 새 페이스북과 IBM,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에 거액에 인수합병(M&A)됐다.

◆갈림길에 선 유럽·일본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데이터가 과거 석유처럼 성장과 변화의 주역이 됐다”고 평가할 정도로 빅데이터의 중요성은 높아졌다. 하지만 이를 보는 국가별 ‘표정’은 차이가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기업 주도로 빅데이터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일본 유럽 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 보호’를 무기 삼아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EU가 마련한 개인정보보호법이 2018년 5월 발효되면 신용카드 이용내역 같은 개인정보의 역외 이전이 엄격히 규제된다. 이를 위반하면 연간 매출의 4%까지 벌금으로 매길 수 있다.

지난달 독일 함부르크 법원은 와츠앱에 고객 동의 없는 정보의 역외 이전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13일 이탈리아 정부도 와츠앱에 ‘고객정보를 모회사인 페이스북과 공유하도록 소비자에 강요했다’는 이유로 벌금 300만유로(약 36억원)를 부과했다.

일본은 발만 구를 뿐 갈 길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분위기다. 광고기업 덴쓰가 달리는 차량의 종류를 판별해 광고 내용이 바뀌는 옥외광고판을 시험 중이고, 통신업체 KDDI는 지난 2월 자사 이용자 400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체를 세우는 등 기업들의 움직임이 없지 않지만 미국 기업과의 격차가 크다.

이달 시행되는 일본의 새 개인정보보호법도 관심사다. 이 법은 개인식별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도록 하면서도 개인을 특정할 수 없게 가공하면 외부에 공표하거나 홍보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빅데이터산업과 관련해 이미 2000여 개의 관련법과 조례가 있는 일본에서 ‘옥상옥’의 부작용만 낳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