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 된다.”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교육 공약에서 읽히는 공통된 인식이다. 이번 대선처럼 교육부 존폐가 쟁점이 된 적은 없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새 정부의 교육부 기능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당선인이 어떤 대안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교육부 축소 방향과 수준이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후보들 어설픈 교육위 공약, '옥상옥' 될 수도"
“교육부 폐지 후 위원회 설치”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다. 교육부 폐지를 공약했다. 대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교육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은 ‘교육지원처’가 맡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국가교육위 설치로 가는 징검다리 성격의 ‘국가교육회의’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교육미래위원회’,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미래교육위원회’ 설치를 약속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교육 정책을 기획하는 사회적 합의기구 신설을 공약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위원회 설치를 내세우지 않았다. 교육부 역시 기능을 조정하더라도 존치하자는 입장이다.

이런 공약들은 교육부가 장기 정책 수립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재원 부담 문제 등 논쟁적 사안을 교육부가 떠안은 것도 여론 악화의 계기였다.

신설 교육위의 위상과 역할도 관심이다. 1995년 ‘5·31 교육개혁’을 주도한 교육개혁위원회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독립성 확보 없이 교육위의 장기 정책 입안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위상과 정체성 사이의 딜레마인 셈이다. 교육위에서는 교육뿐 아니라 고용, 복지 분야를 아우르는 정책적 협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교육 문제가 전·후방 분야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시각이다.

위원회 체제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다. 부처 간 칸막이를 그대로 둔 채 교육위의 세부 내용이나 교육부와의 역할 분담을 제대로 교통정리하지 못하면 교육위가 ‘옥상옥’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위원회 조직 특성상 합의 과정에서 잡음과 갈등이 불가피하고, 결과적으로 교육정책이 표류할 것이라는 근본적인 우려도 나온다.

“서울대 폐지” 대신 지방국립대 육성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의 교육부 기능이 축소될지 역시 관심사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심 후보는 초·중·고교를 의무교육 및 무상교육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공약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초·중등교육을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는 분권화 방안을 함께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한국 교육의 강점인 지역 간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국 어디서든 큰 격차 없이 기초교육 수준을 유지하는 점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이런 점을 간과하고 급격하게 교육부 기능을 교육청으로 이양하면 제도적 괴리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기능 가운데 초·중등교육보다는 고등교육 분야를 내려놓아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유기풍 전 서강대 총장은 “특히 사립대는 교육부 통제를 풀어야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서울대 폐지론’ 논란을 낳은 국립대 공동 입학 및 공동학위제에선 한 발 물러섰다. 대신 지역 국립대 육성으로 가닥을 잡았다. 심 후보도 거의 비슷한 공약을 제시했다. 한 서울대 교수는 “학내 교수들도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으나, 당장 서울대 폐지가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

외국어고,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는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문 후보와 심 후보, 유 후보 등이 공약했다.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평가를 통해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는 관련 법령도 마련돼 있다. 안 후보는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 추첨 선발을 통해 모든 학생에게 문을 열어놓겠다고 했다. 홍 후보는 현행 고교 체제를 유지하되 운용을 보완해 수월성 교육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쪽이다.

안 후보의 학제 개편안은 튀는 공약으로 분류된다. 수십년간 이어진 6·3·3(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제도를 5·5·2(초등학교 5년, 중등학교 5년,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 체제로 바꾸고 입학 연령도 만 6세에서 5세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대학 입시의 경우 대부분 후보가 간소화에 초점을 맞췄다. 문 후보는 논술·특기자전형을 폐지하고 수시모집의 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전형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정시전형의 세 가지로 단순화하겠다고 밝혔다. 수능 자격고사화, 대학별 논술고사 폐지 등은 후보 간 공약이 겹쳤다. 다만 홍 후보는 대입 관련 세부 공약을 내놓지 않은 채 “‘4단계 희망사다리 교육지원제도’ 신설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도록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