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지원 부당개입…불신 자초한 교육부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감사원이 지난 24일 내놓은 198쪽짜리 보고서엔 ‘(교육부의) 부당개입’이란 말이 숱하게 나온다. ‘공정성과 투명성 훼손’을 이유로 시정 요구한 사항만 25건이다. 대학가에선 “교육부 입맛대로 대상을 선정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반응이다.

감사의 발단은 국정농단 사태였다. 현 정부 들어 약 180억원을 지원받은 이화여대와 ‘비선 실세’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이대 부정입학이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국정농단 세력과 이대 지원의 연관성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정도가 감사원 고위관계자의 언급이다.

정작 대학들의 눈길을 끈 대목은 국정농단과의 연결성보다 대학 재정지원사업 결정 과정의 부실이었다. 횡령 혐의로 지원받을 수 없는 대학인데도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애초 공고했던 선정 기준을 바꾸는 일은 다반사였다.

감사원이 “이대 특혜로 의심된다”며 사례로 지목한 프라임(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은 교육부가 ‘공정한 심판자’인지에 물음표를 찍게 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교육부는) 특정 대학이 선정(이대) 또는 탈락(상명대 본교)하게 결정한 뒤 이를 사업관리위원회가 심의·확정하게 하는 방식으로 부당개입했다. 평가단이 매긴 심사 점수로는 상명대 본교가 이대보다 높았음에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대가 선정됐다.

교육부는 “상명대 본교와 분교를 모두 합격시켰다간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대학 관계자는 “본·분교 동시 지원이 가능하다고 기본계획에 밝혀놓고선 원칙을 입맛대로 바꿨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중징계 등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칠 일이 아니라는 게 대학가의 중론이다. 이번 기회에 1조8000억원 규모로 불어난 재정지원 사업을 교육부가 지속해야 하는지도 되돌아볼 일이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대학 통제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어 대학들이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한다”고 지적했다. ‘완장’ 찬 관료들이 돈을 손에 쥐고 있는 한 이런 비극은 끝나기 어려운 게 아닐까.

박동휘 지식사회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