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In]유승민 "이번 대선 시대정신은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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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22일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정의”라며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돼 그 어느 대선보다도 정의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통령은 우선 경제·안보위기를 극복하고 양극화 해소에 나서야 한다”며 “제일 중요한 분야가 재벌·대기업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끝나면 여론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내가 생각하는 새로운 보수, 개혁적 보수를 국민이 믿어준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정의라고 생각한다. 정의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크다. 그동안 양극화가 진행돼 왔고 비정규직 문제, 빈곤 문제, 교육과 기회의 평등이 모두 양극화 문제에 들어간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끝나고 기회의 사다리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아지면서 정의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정의는 경제와 연결된다. 대통령이 됐을 때 경제정책 중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경제위기 극복에 집중해야 한다. 위기 가능성을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외환위기를 돌이켜보면 위기라는 것이 어디서 불이 붙어 경제 전체로 확산될지 예측하기도 어렵고 막상 위기가 오면 막기도 어렵다. 조선 해운에서 시작된 기업 부실이 전자 자동차까지도 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사드 관련해 중국이 경제 보복을 본격적으로 하면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다. 경로는 다를 수 있어도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가 올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그런 위기에 대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인가.
“경제 상황을 주시하면서 경기가 급랭하면 굉장히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금융정책으로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해야 한다고 본다.”
▷저출산이 심각한데 해법이 있나.
“저성장과 저출산이 같이 간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성장 잠재력도 고갈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거치면서 5년마다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씩 떨어졌다. 이대로 가면 10년 안에 마이너스 성장이 올지도 모른다. 합계출산율이 2001년 1.3 이하로 떨어진 뒤 한번도 못 넘었다. 1.2에서 오르락내리락한다. 지난 10여년간 100조원 넘는 예산을 투입했는데 양육수당 조금 주고 어린이집 조금 지원해 주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 공무원·교사는 육아휴직을 이미 3년 쓰고 있는데 합계출산율이 1.4로 국민 평균보다 0.2명 높다. 그래서 육아휴직 3년, 칼퇴근, 돌발 노동 금지 공약을 내놓았다. 이런 혁명적 변화가 없으면 안 된다.”
▷육아휴직 3년, 칼퇴근 등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선진국 기업은 육아휴직 다 쓰고도 높은 소득 수준을 유지한다.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그러면 일 잘한다고 하고 승진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렇게 가다가 저출산·저성장 왔다. 기업에 있는 사람에게 칼퇴근 얘기하면 무슨 소리냐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가면 인구는 계속 줄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성장 돌파구는 어디서 찾아야 하나.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이 있었다 그런데 재벌 3세, 4세로 내려오면서 창조적 파괴, 혁신, 기업가 정신이 사라졌다. 그냥 할아버지, 아버지 잘 만나서 회장 된 사람들이다. 재벌 대기업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재벌 대기업 중 내수시장 다 잡아먹고도 부실한 기업이 있다. 그런 기업은 국민에게 부담 더 주기 전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 기업가 정신이 어디서 생기느냐. 재벌이 중소기업 숨도 못 쉬게 하는 시장경제는 시장경제가 아니다. 시장경제는 중소기업이든 벤처든 아이디어가 좋고 기술이 좋으면 돈 벌고 대기업 되는 것이다. 창업 지원 공약을 하는 것은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져서 그 중에 이병철 정주영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창업 중소기업이 잘 되게 해야 일자리도 생기고 성장동력도 생긴다. 재벌 주도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재벌개혁을 하자고 하면 재벌은 경영권을 보장해 달라고 한다.
“재벌 경영권을 건드리자고 한 적 없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얘기하는 재벌개혁과 다르다. 백화점식 재벌 규제에 반대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도 100% 찬성하지는 않는다. 금산 분리나 지배구조 문제는 최소한의 분명한 원칙만 있으면 된다. 다만 공정거래는 문제가 많다. 재벌 총수 일가가 개인 회사 만들어 계열사 일감을 독식하고, 그 돈으로 다른 계열사 주식 사서 경영권 승계하는 것은 못하게 하겠다는 얘기다. 경영권 행사하고 승계도 하라는 것이다. 다만 시장지배력 남용하고 다른 기업이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하고 중소기업이 해 놓은 것을 빼앗아가는 식으로는 하지 말아야 한다.”
▷유승민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재벌개혁과 복지는 원래 야당이 주장하는 것 아닌가.
“과거에 보수는 빈곤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엔 관심을 별로 기울이지 않았다. 보수가 정권 잡으면 경제가 성장할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좋아진 것이 뭐가 있나. 서민 입장에서 보수정권이 뭘 해 줬나. 보수가 새로운 길을 걷지 않으면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지 않으면 공동체가 유지되지 않는다. 공동체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지면 재벌 대기업인들 안전할 수 있나. 재벌이 나쁜 짓을 해도 좋다고 주장하는 것이 보수라면 난 그런 보수는 아니다. 진보가 얘기하는 것과도 다르다. 진보는 기본소득, 청년수당 주장하는데 그런 정책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재벌 해체도 절대 아니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복지를 하자는 것이지 극단적인 주장과는 다르다.”
▷중부담·중복지를 위해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국민 반발이 크지 않을까.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부양 의무자 기준이라는 것이 있다. 빈곤 노인한테 아들이 찾아오지도 않고 용돈도 안 주는데 아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지원을 안 해 주는 것이 현 제도다. 그래서 노인들이 폐지 수집하고 종교시설에서 500원 나눠주는 것 받으러 수십 ㎞를 걸어다닌다. 그게 저복지다. 이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중복지 정도로는 올려야 된다. 무상복지 하자는 게 아니다. 필요한 사람 도와주는 데만도 어느 정도 돈이 든다. 중복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 그 다음엔 국민에게 현재 조세부담률로는 안 된다고 얘기해야 한다. 지금 조세부담률이 18~19%인데 OECD 평균은 26%다. 가진 자가 더 내게 해야 한다. 소득세 상위 구간 더 만들고 법인세도 올리겠다. 재산세 보유세 부가세도 대상이다. 언론에선 법인세만 얘기하는데 법인세 올리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자고 했는데 중국과 갈등이 커지지 않겠나.
“사드를 하나를 배치하든 세 개를 배치하든 중국과 부딪치는 것은 같다. 북한 핵미사일이 실전 배치가 됐거나 임박했다고 봐야 된다. 사드는 국민 생명이 걸린 문제다. 군사 주권에 관한 것은 중국이든 누구든 타협할 수 없는 문제다.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서 중국도 경제 보복 수단을 갖고 한국 내 여론과 정치권을 분열시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 정부에 넘겨서 여론이 계속 분열되면 중국의 경제 보복도 길어질 수 있다. 중국에 대해 사드 배치가 싫으면 북한 압박해서 핵 개발 못하게 하라고 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한미 동맹에 대해 굳건학 약속하고 그걸 바탕으로 중국에 아주 일관된 시그널을 보내겠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대북 제재를 느슨하게 해서 안 됐다. 중국이 협조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중국의 경제 보복 때문에 관광이나 문화예술계,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많이 어려운 것 잘 안다. 경제 때문에 군사주권을 포기하면 중국의 속국이 된다. 경제는 어려워져도 나중에 회복 가능하지만 안보는 차원이 다르다. 경제와 안보 중 굳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안보다.”
▷최순실 사태 여파로 정권교체에 대한 요구가 워낙 큰 것 같다.
“지금은 그런 분위기다. 정권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은 더불어민주당만 보고 있고, 반대하는 사람은 자유한국당만 보고 있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과거 새누리당 시절 탄핵에 찬성하지 않았으면 탄핵안이 가결되지 않았겠지만 지금 구도에선 바른정당 지지도가 낮은 것이 당연하다. 탄핵 심판이 인용되면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당은 논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설 자리가 없어진다. 바른정당과 같은 개혁적 보수 세력이 주목받을 것이다.”
▷‘보수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DJP 연합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정몽준 전 의원과 후보 단일화를 한 것에 비하면 보수 후보 단일화는 훨씬 원칙이 있는 단일화다. DJ와 JP가 얼마나 다른 길을 살아온 사람인가. 그런데 정권을 잡기 위해 연대했다. 보수 진영이 그렇지 않아도 소멸될 위기인데 후보가 난립한 채로 어떻게 대선을 치르나. 탄핵심판이 끝나면 중도·보수층에서 어느 후보를 내세워 민주당 후보와 붙일지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보수 후보 단일화는 민주당 집권을 막기 위한 전략인데 보수가 다시 집권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와 똑같은 보수가 집권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보수, 개혁적 보수에 국민이 마음을 열어주면 충분히 해 볼 만하다. 진보 세력은 안보관이 불안하고 노동 문제 등에서 너무 과격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어떻게 평가하나.
“안보 문제에서 너무나 불안한 사람들이다. 그 분들이 대통령이 되면 한미 관계나 대북 정책이 어디로 갈질 장담 못한다. 경제는 내가 훨씬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누가 써 준 걸 읽는 사람은 아니다. 대통령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이 써 주는 거 읽으면 박 대통령과 다를 게 뭔가. 제2의 박근혜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지지를 못 받고 있고 ‘배신자’라는 말까지 나온다.
“박 대통령에 대해 인신공격을 한 적은 한번도 없다. 정책, 인사 문제를 얘기한 것 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당 국회의원은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다 맞다고 하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하나. 그러다 이런 사태가 터졌다. 대통령이 잘못 가고 있을 때 바른 말 했고 잘못을 지적했다. 그런 사람을 배신자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탄핵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론 분열이 생길 것 같은데.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잘못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는데 말이 되나.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촛불시위를 선동하는 글을 썼더라. 헌법재판소는 최종 판단을 하는 기관이다.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해서 탄핵을 한 것인데 탄핵하자면서 법을 안 지키겠다면 뭘 지키겠다는 것인가. 만약 기각되면 나처럼 탄핵 주도한 사람은 엄청난 정치적 책임이 따를 것이다. 정치적으로 타격 입겠지만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 진짜 혁명해서 뒤엎겠다는 건가, 뭔가. 굉장히 위험하고 법치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 기각을 기대하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도 안 받고 특별검사 수사도 안 받고 헌법재판소 출석도 늦추고 있다. 사람이 잘못을 할 수는 있다. 잘못을 저지른 이후 태도가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이번 일에 처신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 난 작년 11월20일 검찰 공소장 보기 전엔 탄핵의 ‘탄’자도 안 꺼냈다. 대통령 본인이 진실을 제일 잘 아니까 진실을 밝히고 국민께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태도 아니겠나. 그런데 특검은 야당이 추천했지만 검찰은 총장부터 수뇌부가 전부 박 대통령, 김기춘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그런 검찰이 대통령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한다고 볼 수 있나.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김채연/유승호 기자 why29@hankyung.com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끝나면 여론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내가 생각하는 새로운 보수, 개혁적 보수를 국민이 믿어준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정의라고 생각한다. 정의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크다. 그동안 양극화가 진행돼 왔고 비정규직 문제, 빈곤 문제, 교육과 기회의 평등이 모두 양극화 문제에 들어간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끝나고 기회의 사다리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아지면서 정의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정의는 경제와 연결된다. 대통령이 됐을 때 경제정책 중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경제위기 극복에 집중해야 한다. 위기 가능성을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외환위기를 돌이켜보면 위기라는 것이 어디서 불이 붙어 경제 전체로 확산될지 예측하기도 어렵고 막상 위기가 오면 막기도 어렵다. 조선 해운에서 시작된 기업 부실이 전자 자동차까지도 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사드 관련해 중국이 경제 보복을 본격적으로 하면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다. 경로는 다를 수 있어도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가 올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그런 위기에 대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인가.
“경제 상황을 주시하면서 경기가 급랭하면 굉장히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금융정책으로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해야 한다고 본다.”
▷저출산이 심각한데 해법이 있나.
“저성장과 저출산이 같이 간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성장 잠재력도 고갈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거치면서 5년마다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씩 떨어졌다. 이대로 가면 10년 안에 마이너스 성장이 올지도 모른다. 합계출산율이 2001년 1.3 이하로 떨어진 뒤 한번도 못 넘었다. 1.2에서 오르락내리락한다. 지난 10여년간 100조원 넘는 예산을 투입했는데 양육수당 조금 주고 어린이집 조금 지원해 주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 공무원·교사는 육아휴직을 이미 3년 쓰고 있는데 합계출산율이 1.4로 국민 평균보다 0.2명 높다. 그래서 육아휴직 3년, 칼퇴근, 돌발 노동 금지 공약을 내놓았다. 이런 혁명적 변화가 없으면 안 된다.”
▷육아휴직 3년, 칼퇴근 등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선진국 기업은 육아휴직 다 쓰고도 높은 소득 수준을 유지한다.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하고, 그러면 일 잘한다고 하고 승진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렇게 가다가 저출산·저성장 왔다. 기업에 있는 사람에게 칼퇴근 얘기하면 무슨 소리냐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가면 인구는 계속 줄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성장 돌파구는 어디서 찾아야 하나.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이 있었다 그런데 재벌 3세, 4세로 내려오면서 창조적 파괴, 혁신, 기업가 정신이 사라졌다. 그냥 할아버지, 아버지 잘 만나서 회장 된 사람들이다. 재벌 대기업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재벌 대기업 중 내수시장 다 잡아먹고도 부실한 기업이 있다. 그런 기업은 국민에게 부담 더 주기 전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 기업가 정신이 어디서 생기느냐. 재벌이 중소기업 숨도 못 쉬게 하는 시장경제는 시장경제가 아니다. 시장경제는 중소기업이든 벤처든 아이디어가 좋고 기술이 좋으면 돈 벌고 대기업 되는 것이다. 창업 지원 공약을 하는 것은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져서 그 중에 이병철 정주영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창업 중소기업이 잘 되게 해야 일자리도 생기고 성장동력도 생긴다. 재벌 주도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재벌개혁을 하자고 하면 재벌은 경영권을 보장해 달라고 한다.
“재벌 경영권을 건드리자고 한 적 없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얘기하는 재벌개혁과 다르다. 백화점식 재벌 규제에 반대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도 100% 찬성하지는 않는다. 금산 분리나 지배구조 문제는 최소한의 분명한 원칙만 있으면 된다. 다만 공정거래는 문제가 많다. 재벌 총수 일가가 개인 회사 만들어 계열사 일감을 독식하고, 그 돈으로 다른 계열사 주식 사서 경영권 승계하는 것은 못하게 하겠다는 얘기다. 경영권 행사하고 승계도 하라는 것이다. 다만 시장지배력 남용하고 다른 기업이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하고 중소기업이 해 놓은 것을 빼앗아가는 식으로는 하지 말아야 한다.”
▷유승민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재벌개혁과 복지는 원래 야당이 주장하는 것 아닌가.
“과거에 보수는 빈곤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엔 관심을 별로 기울이지 않았다. 보수가 정권 잡으면 경제가 성장할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좋아진 것이 뭐가 있나. 서민 입장에서 보수정권이 뭘 해 줬나. 보수가 새로운 길을 걷지 않으면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지 않으면 공동체가 유지되지 않는다. 공동체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지면 재벌 대기업인들 안전할 수 있나. 재벌이 나쁜 짓을 해도 좋다고 주장하는 것이 보수라면 난 그런 보수는 아니다. 진보가 얘기하는 것과도 다르다. 진보는 기본소득, 청년수당 주장하는데 그런 정책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재벌 해체도 절대 아니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복지를 하자는 것이지 극단적인 주장과는 다르다.”
▷중부담·중복지를 위해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국민 반발이 크지 않을까.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부양 의무자 기준이라는 것이 있다. 빈곤 노인한테 아들이 찾아오지도 않고 용돈도 안 주는데 아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지원을 안 해 주는 것이 현 제도다. 그래서 노인들이 폐지 수집하고 종교시설에서 500원 나눠주는 것 받으러 수십 ㎞를 걸어다닌다. 그게 저복지다. 이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의 중복지 정도로는 올려야 된다. 무상복지 하자는 게 아니다. 필요한 사람 도와주는 데만도 어느 정도 돈이 든다. 중복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면 그 다음엔 국민에게 현재 조세부담률로는 안 된다고 얘기해야 한다. 지금 조세부담률이 18~19%인데 OECD 평균은 26%다. 가진 자가 더 내게 해야 한다. 소득세 상위 구간 더 만들고 법인세도 올리겠다. 재산세 보유세 부가세도 대상이다. 언론에선 법인세만 얘기하는데 법인세 올리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자고 했는데 중국과 갈등이 커지지 않겠나.
“사드를 하나를 배치하든 세 개를 배치하든 중국과 부딪치는 것은 같다. 북한 핵미사일이 실전 배치가 됐거나 임박했다고 봐야 된다. 사드는 국민 생명이 걸린 문제다. 군사 주권에 관한 것은 중국이든 누구든 타협할 수 없는 문제다.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서 중국도 경제 보복 수단을 갖고 한국 내 여론과 정치권을 분열시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 정부에 넘겨서 여론이 계속 분열되면 중국의 경제 보복도 길어질 수 있다. 중국에 대해 사드 배치가 싫으면 북한 압박해서 핵 개발 못하게 하라고 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한미 동맹에 대해 굳건학 약속하고 그걸 바탕으로 중국에 아주 일관된 시그널을 보내겠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대북 제재를 느슨하게 해서 안 됐다. 중국이 협조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중국의 경제 보복 때문에 관광이나 문화예술계,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많이 어려운 것 잘 안다. 경제 때문에 군사주권을 포기하면 중국의 속국이 된다. 경제는 어려워져도 나중에 회복 가능하지만 안보는 차원이 다르다. 경제와 안보 중 굳이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안보다.”
▷최순실 사태 여파로 정권교체에 대한 요구가 워낙 큰 것 같다.
“지금은 그런 분위기다. 정권을 바꾸기만 하면 된다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은 더불어민주당만 보고 있고, 반대하는 사람은 자유한국당만 보고 있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과거 새누리당 시절 탄핵에 찬성하지 않았으면 탄핵안이 가결되지 않았겠지만 지금 구도에선 바른정당 지지도가 낮은 것이 당연하다. 탄핵 심판이 인용되면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당은 논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설 자리가 없어진다. 바른정당과 같은 개혁적 보수 세력이 주목받을 것이다.”
▷‘보수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DJP 연합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정몽준 전 의원과 후보 단일화를 한 것에 비하면 보수 후보 단일화는 훨씬 원칙이 있는 단일화다. DJ와 JP가 얼마나 다른 길을 살아온 사람인가. 그런데 정권을 잡기 위해 연대했다. 보수 진영이 그렇지 않아도 소멸될 위기인데 후보가 난립한 채로 어떻게 대선을 치르나. 탄핵심판이 끝나면 중도·보수층에서 어느 후보를 내세워 민주당 후보와 붙일지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보수 후보 단일화는 민주당 집권을 막기 위한 전략인데 보수가 다시 집권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와 똑같은 보수가 집권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보수, 개혁적 보수에 국민이 마음을 열어주면 충분히 해 볼 만하다. 진보 세력은 안보관이 불안하고 노동 문제 등에서 너무 과격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어떻게 평가하나.
“안보 문제에서 너무나 불안한 사람들이다. 그 분들이 대통령이 되면 한미 관계나 대북 정책이 어디로 갈질 장담 못한다. 경제는 내가 훨씬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누가 써 준 걸 읽는 사람은 아니다. 대통령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이 써 주는 거 읽으면 박 대통령과 다를 게 뭔가. 제2의 박근혜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지지를 못 받고 있고 ‘배신자’라는 말까지 나온다.
“박 대통령에 대해 인신공격을 한 적은 한번도 없다. 정책, 인사 문제를 얘기한 것 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당 국회의원은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다 맞다고 하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하나. 그러다 이런 사태가 터졌다. 대통령이 잘못 가고 있을 때 바른 말 했고 잘못을 지적했다. 그런 사람을 배신자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
▷탄핵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론 분열이 생길 것 같은데.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잘못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는데 말이 되나.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촛불시위를 선동하는 글을 썼더라. 헌법재판소는 최종 판단을 하는 기관이다.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해서 탄핵을 한 것인데 탄핵하자면서 법을 안 지키겠다면 뭘 지키겠다는 것인가. 만약 기각되면 나처럼 탄핵 주도한 사람은 엄청난 정치적 책임이 따를 것이다. 정치적으로 타격 입겠지만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 진짜 혁명해서 뒤엎겠다는 건가, 뭔가. 굉장히 위험하고 법치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 기각을 기대하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도 안 받고 특별검사 수사도 안 받고 헌법재판소 출석도 늦추고 있다. 사람이 잘못을 할 수는 있다. 잘못을 저지른 이후 태도가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이번 일에 처신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 난 작년 11월20일 검찰 공소장 보기 전엔 탄핵의 ‘탄’자도 안 꺼냈다. 대통령 본인이 진실을 제일 잘 아니까 진실을 밝히고 국민께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태도 아니겠나. 그런데 특검은 야당이 추천했지만 검찰은 총장부터 수뇌부가 전부 박 대통령, 김기춘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그런 검찰이 대통령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한다고 볼 수 있나.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김채연/유승호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