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민중미술, 중국 냉소아트와 만났다
민중미술가 신학철 화백·중국 인기화가 팡리쥔 2인전
학고재서 내달 25일까지…현실비판한 10여점 전시
학고재서 내달 25일까지…현실비판한 10여점 전시
신 화백보다 스무 살이 적은 팡리쥔(方立鈞)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 사회에 만연한 불안과 절망, 무기력증을 화면에 담아냈다. 그는 장샤오강, 웨민쥔, 쩡판즈 등과 함께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인물. 중국인의 정체성 혼란을 서구 현대미술로 풀어내 ‘냉소적 사실주의’ 화풍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실 기반은 달라도 이들의 작품 세계는 사람의 신체를 활용해 역사적 경험과 동시대 현실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신 화백은 콜라주, 포토몽타주 등의 기법으로 얼굴이나 신체 이미지를 화면에 끌어오는 데 엄청난 공을 들인다. 최근 완성한 ‘한국현대사-유체이탈’은 크게 벌린 입과 커다란 눈을 서로 뒤엉키게 그려 여성의 몸에 통합한 작품으로,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준다. 신 화백은 “눈과 입이 뒤섞인 것은 뒤죽박죽된 한국의 정치현실을 시각화한 것”이라며 “TV에 나와서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을 은유한다”고 설명했다.
남녀의 신체 모습을 마치 세월호 형상처럼 묘사한 ‘한국현대사-광장’,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몸을 조합해 완성한 ‘한국현대사-잠들지 못하는 남도’, 혈관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팔뚝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은유한 ‘한국현대사-갑돌이와 갑순이’도 현대인의 몸에서 구현한 생명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팡리쥔 역시 한눈에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모호한 표정의 민머리 남성들의 신체를 화면에 끌어들여 중국의 억압적인 정치, 사회현상을 조롱한다. 그가 중국 화단에서 ‘냉소적 반항아’로 불리는 이유다. 적황토색 얼굴의 대머리 남성들이 하늘을 향해 무엇인가를 우러러보는 작품은 언뜻 마오쩌둥 시대의 열광하는 인민 이미지와 비슷해 보인다. 사람들을 콜라주로 형상화해 양감이나 무게감 효과를 아예 무시했다.
기법상의 특이함 때문인지 그의 화면에는 소소한 ‘메타포의 미학’이 시나브로 찾아든다. 작가는 “중국인이 새로운 자본주의 환경에 뿌리를 박고 그것에 합체돼 있는 것이 아니라 붕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을 감내하고 살아가는 중국 사람들을 풍선처럼 근거 없이 떠 있는 존재, 뿌리가 없는 존재로 묘사했다는 얘기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우찬규 학고재화랑 대표는 “인간의 신체를 매개로 하는 점에서 신 화백과 팡리쥔은 서로 닮았다”며 “민중미술 브랜드를 세계화하기 위해 두 사람의 작품을 함께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달 25일까지. (02)720-1524~6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