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사라진 8331번은 '유령버스'?
서울 잠실한강공원과 잠실롯데월드, 잠실역 등을 잇는 순환버스인 8331번은 지난해 12월31일 폐선됐다. 운행 원가 대비 승객이 적어 버스 노선이 폐선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서울시 내부에선 ‘8331번의 저주’라는 말이 공무원 사이에서 떠돌아다니고 있다. 8331번 버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잠실한강공원과 잠실역을 잇는 8331번 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잠실한강공원에 대한 대중교통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선을 신설한 것이다. 시는 이 노선에 세 대의 버스를 투입했다. 그러나 운행 7개월 만인 지난해 12월31일 8331번 버스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서울시와 관할 구청인 송파구는 운행 시작 당시 보도자료를 내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노선 폐선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버스는 그동안 운행 한 회당 승객이 1~2명에 불과해 ‘유령 버스’로 불렸다. 승객이 워낙 없었던 탓에 대부분의 시민이 노선 폐선 사실조차 모른 것이다. 서울시는 잠실한강공원을 방문하는 시민이 이 버스를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대부분 자동차 등 개인 차량을 통해 공원을 찾았다. 7개월간 운영하면서 버스 회사가 낸 적자만 수억원이 넘는다.

8331번 버스 노선이 폐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버스는 2007년에도 잠실한강공원과 잠실역을 잇는 노선 운행을 시작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강 접근성 강화를 위해 버스 노선을 신설했다. 이 때문에 8331번은 서울시 한강개발 정책의 상징버스로 불렸다. 하지만 당시에도 승객이 버스 운행 한 회당 1~2명에 불과해 운행 2년 만인 2009년 폐선됐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이 실패한 8331번 버스 노선을 박원순 시장이 재개했지만 이번에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8331번 버스 노선을 폐선한 대신 다음달부터 주말에만 난지한강공원을 순환하는 버스를 신설할 계획이다. 버스 번호는 8331번이 아닌 8777번으로 정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