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4차 산업혁명' 이끄는 독일 주정부 센터장·대학교수·기업인
‘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 4.0)’은 세계적인 화두다. 올해 초 다보스포럼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된 스마트팩토리, 인공지능, 무인자동차, 드론 등 신사업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국내 기업과 연구소, 정부도 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을 국가 과제로 채택하고 있는 독일에서 최근 세 명의 전문가가 내한했다. 모니카 가츠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연방주 사이버물리시스템역량센터장과 폴커 그룬 뒤스부르크-에센대 소프트웨어공학부 교수(학부장), 베른트 슈니어링 슈마허정밀기계 사장이다. ‘한·독 제조업 소프트 파워 글로벌 역량 강화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이들을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만났다.

모니카 가르케 독일 NRW 사이버물리시스템센터장

"지능형 교통인프라·자동 드론…사이버물리시스템은 4차 혁명"
"지능형 제품이 미래시장 주도…다양한 분야 전문가 협업 필수
한국 기업과도 협력하고 싶다"


[BIZ Insight] '4차 산업혁명' 이끄는 독일 주정부 센터장·대학교수·기업인
모니카 가츠케 센터장은 독일 부퍼탈대 학부장이면서 NRW연방주 ‘사이버물리시스템역량센터(CPS.HUB NRW)’ 센터장이다. 그는 사이버물리시스템을 활용한 혁신 전략이나 프로젝트 수립 등에 관여하고 있다.

▷‘사이버물리시스템역량센터’에 대해 소개해주십시오.

“우리 센터는 사이버물리시스템과 관련된 회원 600여명으로 구성된 ‘네트워크’입니다. 여기엔 NRW연방주 소속 대학교수, 연구원, 대기업 및 중소기업인, 공공기관 관계자 등이 포함됩니다. 이들을 끈끈한 네트워크로 연결해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사이버물리시스템과 관련된 기술과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하고 협력하는 일을 합니다. 네트워크의 주요 거점은 부퍼탈 에센 도르트문트 파더본 아헨 등입니다. NRW연방주에는 바이엘, 베텔스만 등 굴지의 기업과 68개의 국립 및 사립대, 80개가 넘는 연구기관이 있습니다. 이들의 사이버물리시스템 역량을 결집하는 게 중요한 역할입니다.”

▷사이버물리시스템이란 무엇이고 관련 기술에는 어떤 게 있습니까.

“사이버물리시스템은 로봇, 의료기기 등 물리적인 시스템과 사이버 공간의 소프트웨어 및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통합하는 시스템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입니다. 이와 관련된 기술로는 통신네트워크, 클라우드 컴퓨팅, 소프트웨어 등 무척 방대합니다. 우리 센터에서는 이들 중 클라우드 컴퓨팅, 소프트웨어공학, 정보기술(IT)보안, 인공두뇌, 통신네트워크 등 10개 분야가 지닌 잠재력과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전문가로 이뤄진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요 구성원은 뒤스부르크-에센대 팔루노 연구소, 아데쏘 소속 폴커 그룬 교수, 그레고르 엥겔스 파더보른대 교수, 도르트문트공대 통신네트워크 분야의 크리스티안 비트펠드 교수 등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까.

“‘인벤트에어리(InventAIRy)’를 들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자동 드론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창고 안을 날아다니는 드론이 실시간으로 재고를 파악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죠. 프라운호퍼물류연구소, 본대학교, (주)비드만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능형 교통 인프라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더스트리 4.0’를 구현하기 위해선 톱니바퀴 같은 협업이 필요합니다.

“NRW연방주는 훌륭한 협업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대학과 기업 간 협업은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파트너 관계는 참가자가 각각 비슷한 정도의 이익을 볼 때 형성됩니다.”

▷한국 기업과 협업한다면 어떤 식으로 할 수 있습니까.

“80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NRW연방주 내에 정착했습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두산인프라코어, 포스코도 있습니다. 한국과 독일 기업 간 협업은 이미 좋은 예가 많이 있습니다. 협업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기관과 기업이라면 모두 협업할 수 있습니다.”

뒤스부르크-에센대 교수 폴커 그룬

"제조·생산 등서 디지털 대전환…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창출될 것"
"새 정보통신기술이 산업 변화…경제뿐 아닌 삶의 영역 바꿔
연구·경제적 한국 파트너 기대"


[BIZ Insight] '4차 산업혁명' 이끄는 독일 주정부 센터장·대학교수·기업인
폴커 그룬 교수는 뒤스부르크-에센대 소프트웨어공학부 학부장이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및 디지털 전환 기법(digital transformation methods)의 권위자다. 도르트문트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소프트웨어 회사인 (주)아데쏘를 세우기도 했다.

▷아데쏘에 대해 소개해주십시오.

“도르트문트에 본사를 둔 아데쏘의 주력 분야는 소프트웨어 개발입니다. 임직원은 1800명이고요. 주요 사업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비롯해 시스템 통합, 비즈니스 분야의 자문 등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만 특히 자동차 헬쓰케어 보험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디지털 전환은 각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사물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기업은 큰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제조 분야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인더스트리 4.0’으로 연결됩니다. 기계들은 서로 소통하고 그들의 상태를 보고하며 스스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인더스트리 4.0’은 디지털 전환이 적용된 분야 중 하나입니다.”

▷이 기술을 활용한 구체적인 협업 프로젝트는 무엇입니까.

“아데쏘가 도르트문트공대, (주)빌헬름 슈뢰더, (주)SGS튀브자르 등과 함께 추진 중인 ‘인버시브(InVerSiV)’라는 프로젝트를 들 수 있습니다. 지능형 교통 인프라를 통해 메가시티에서 안전한 운전 네트워크를 현실화시키는 것을 연구하는 과제입니다. 예컨대 먼저 가는 차량이 습득한 도로 정보를 인근 수백m 이내의 차량이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사고를 줄일 수 있고 원활한 교통 소통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2018년 하반기까지 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창출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자동차회사는 이를 제조해 파는 게 기본적인 모델입니다. 하지만 이를 ‘공유’하도록 할 수 있을 겁니다. 디지털과 통신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의 차량 이용 내용, 이동거리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압축기(콤프레셔)’ 생산업체는 사업 모델에 대여 사업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되려면 안정적인 기술, 적용 가능성,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기업이 관련 기술 개발에 동참할 수 있습니까.

“아직까지는 협력 사례가 없지만 두 가지 협력 모델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연구 및 생산 분야에서의 협력입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한국 시장을 함께 개척하는 것입니다. 한국과의 사업 협력이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협력은 우리에게 매우 의미 있고 유익하다고 봅니다.”

베른트 슈니어링 슈마허정밀기계 사장

"4차 산업혁명 대비하려면 '네 가지 축' 이해해야"

독일 절삭공구업체인 슈마허정밀기계의 베른트 슈니어링 사장은 아헨공대 출신으로 이곳에서 학사, 석사 및 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한국의 와이지원(대표 송호근)과 20년 이상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BIZ Insight] '4차 산업혁명' 이끄는 독일 주정부 센터장·대학교수·기업인
슈니어링 사장은 “독일에서 4차 산업혁명이 국가적인 과제로 추진되고 있지만 이는 ‘혁명(revolution)’이라기보다는 ‘진화(evolution)’에 가깝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추진된 ‘컴퓨터통합생산(CIM)’에서 비롯돼 3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 글로벌화가 본격 시작되면서 금속가공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는데 이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컴퓨터통합생산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는 “종업원 300~500명 수준의 독일 중소기업 가운데 ‘인더스트리 4.0’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아직 23%(딜로이트 조사 결과)에 불과하다”며 “이들 기업이 이 혜택을 보려면 10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트렌드를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며 “특히 스마트공장, 스마트제품, 스마트조직, 데이터 인프라라는 네 가지 축(pillar)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