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홋카이도(北海道)에 관심을 가진 것은 13세기 무로마치(室町) 막부시대부터였다. 당시 일본인은 제련 기술을 갖지 못한 원주민 아이누인과 교역을 하면서 차츰 홋카이도에 세력을 넓혀갔다. 물론 저항도 만만찮았다. 고샤마인의 전투(1457) 등 본토 일본인과 아이누와의 큰 싸움이 있었다.

이후 일본은 홋카이도를 거점으로 북양으로 진출해 나갔다. 오늘날 쿠릴열도라고 부르는 북방 4개섬이나 남사할린 등은 홋카이도가 있었기에 뜀뛰기를 하듯 펼쳐갔던 지역들이다. 위로는 홋카이도, 아래로는 오키나와가 있었기에 열도 국가 일본의 긴 해양영토가 완성됐다.

홋카이도를 본격적으로 개발한 것도 19세기 말 메이지 정권 때였다. 메이지 정권은 아이누인이 많이 살던 하코다테를 버리고 계획도시 삿포로를 짓기 시작했다. 도시 모델은 같은 북위 43도에 자리잡은 미국 보스턴으로 잡았다. 보스턴처럼 시가지를 바둑판과 같은 형태로 꾸몄다. 120m마다 교차로를 설치했고 광장을 뒀다. 홋카이도 전역에 걸쳐 탄광을 개발하고 국영 공장을 설치했다. 미국식 농업방식을 도입해 일본의 식량기지로 삼으려는 전략도 세웠다. 그렇게 홋카이도는 발전했다. 특히 2차대전 후 귀국한 군인들이 거주지로 자리잡았다. 탄광의 섬 홋카이도는 1970년대 이후 석유가 석탄을 대체하는 에너지로 자리잡으면서 차츰 쇠퇴하는 지역으로 변했다. 인력이 빠져나가고 폐허도시가 생겼다.

홋카이도는 지금 관광으로 되살아난다. 한국인들도 규슈와 함께 가장 선호하는 일본의 관광지다. 여름이면 여름대로 오호츠크해를 바라보며 달리는 해안도로의 풍광이 끝내준다. 겨울에는 설국이다. 삿포로 축제, 하코다테 야경과 오타루 온천, 아사히카와의 거리 풍경 등은 관광객의 시선을 끈다. 역사 문화재나 신사(神社)가 거의 없는 것도 특색이다.

홋카이도와 혼슈를 잇는 신칸센이 지난 토요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도쿄에서 하코다테까지 4시간이면 도착한다. 11년에 걸친 대역사였다. 일본 건설사에서도 가장 어려운 공사로 꼽힌다. 고도로 위험한 지역을 관통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통으로 1000억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540만명의 적은 인구지만 면적으로 따지면 일본 전체의 20%를 넘는다. 2030년까지는 삿포로까지 신칸센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만큼 지역과 지역을 잇는 교통 인프라는 중요하다. 이제 홋카이도는 한국에 더욱 가까워질 것 같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