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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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모닥불’ 중)

인생과 사랑을 고운 멜로디와 시적 감성으로 노래한 1970년대 대표적인 여성 포크송 가수 박인희 씨(71·사진)가 35년 만에 무대에 선다.

공연기획사 쇼플러스는 4일 “‘박인희 컴백 콘서트-그리운 사람끼리’를 다음달에 열 예정”이라며 “박인희 씨가 가수 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1981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35년 만”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이민간 뒤 로스앤젤레스(LA) 미주한인방송국(KCB)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1994년 KBS 2FM ‘박인희의 음악앨범’ 진행자로 3개월가량 국내 방송 활동을 했을 뿐 가수로서 무대에서 노래하지는 않았다.

1970년대를 풍미한 여가수 중 김추자 씨가 독특한 창법과 화려한 율동으로 인기를 얻었던 것과 달리 싱어송라이터인 박씨는 가슴을 파고드는 가사와 청아한 목소리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가수 박인희’의 출발은 듀엣 ‘뚜아 에 무아’(너와 나)였다. 1968년 가을 타이거스라는 록그룹의 리더로 활약하던 이필원 씨와 당시 숙명여대 불문과 학생이던 박씨가 만나 결성했다. 박씨는 듀엣활동을 하며 ‘약속’ ‘그리운 사람끼리’ 등 히트곡을 냈지만 그의 진가는 1971년 솔로로 독립한 뒤 빛을 발했다. 그 정점에 ‘세월이 가면’이 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법, 여름날에 바닷가 가을의 공원~.’

가버린 사랑을 추억하며 그리움에 젖게 하는 박인환의 시에 이진섭 씨가 곡을 붙인 이 노래는 박씨의 청아한 낭송음악으로 유명해졌다. 서른 남짓을 살고 세상을 떠난 박인환의 시는 박씨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씨는 원래 글쓰기를 좋아했다. 대학생들이 캠프파이어를 할 때 부르는 ‘모닥불’을 비롯해 ‘끝이 없는 길’ ‘그리운 사람끼리’ ‘봄이 오는 길’ 등을 직접 작사·작곡해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명성을 얻었다.

1989년에는 풍문여중 동창인 이해인 수녀와 함께 수필집 《소망의 강가로》를 냈고, 1994년에는 자신의 시집 《지구의 끝에 있더라도》를 출간했다. 한때 죽었다는 소문까지 돌았지만 지금도 ‘박인희 팬카페’(다음카페)에는 15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박씨는 복귀에 앞서 “팬들이 아직도 기억하고 기다려준 것이 놀랍고 감사할 따름”이라며 “팬들과 빨리 만나고 싶다”는 말을 쇼플러스를 통해 전했다.

구체적인 공연 일정은 오는 14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쇼플러스 관계자는 “비록 외모는 세월을 피해가지 못했지만 목소리는 변함없이 청아하다”며 “공연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