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의 수증기를 매우 효율적으로 응축해 아주 짧은 시간에 물을 모을 수 있는 표면 처리 기술이 개발됐다.

이 분야 기존의 최고 수준 결과보다 10배나 빠른 이 기술은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와 선인장, 벌레잡이통풀 등 야생생물들로부터 힌트를 얻어 만들어졌다.

이 기술은 앞으로 발전소의 열효율을 높이고 비가 잘 내리지 않는 지역에서 물을 얻는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25일 오전(한국시간) 이런 내용을 포함한 하버드대 공학·응용과학부 조애나 아이젠버그 교수 연구팀(aizenberglab.seas.harvard.edu)의 논문을 온라인(www.nature.com/doifinder/10.1038/nature16956)으로 공개했다.

논문의 제목은 '미끄러운 비대칭 돌기에서의 응축'(Condensation of slippery asymmetric bumps)이다.

사막 딱정벌레나 선인장이 매우 건조한 기후에서도 살 수 있는 것은 공기 중 수증기나 안개·이슬로부터 물을 모아 생존할 수 있게 진화한 덕택이다.

또 사막 선인장의 가시에는 V자 모양의 비대칭형 물길이 나 있어서 가시에 물방울이 맺히면 물길을 타고 또르르 흘러 내려가 선인장 몸통에 흡수된다.

연구팀은 또 벌레잡이통풀의 입구처럼 미끄러운 표면을 만들어 물방울이 잘 흘러내리도록 했다.

이 연구실에서 2011년에 개발돼 네이처에 발표(www.nature.com/nature/journal/v477/n7365/full/nature10447.html)된 '슬립스'(SLIPS·slippery liquid infused porous surfaces)라는 기술이 이용됐다.

수증기가 물방울로 잘 맺히도록 하는 풍뎅이의 돌기 모양, 맺힌 물방울의 방향을 유도하는 선인장 가시의 비대칭 구조, 물방울이 쉽게 움직여 모이도록 하는 벌레잡이통풀의 미끄러운 표면 코팅 등 자연에서 힌트를 얻은 세 가지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대단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제 1저자 겸 공동교신저자인 박규철 박사는 "이번 연구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밀리미터(mm) 규모의 메커니즘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며 "돌기의 기하학적 형상 자체로도 수증기 응축을 국소적(局所的)으로 촉진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으며 세 가지 요소를 결합한 시너지를 통해 다른 방식의 표면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물을 많이 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8년 서울대에서 학사학위를, 2013년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받은 후 하버드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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