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기존 면적과 같아…임대료 상인들과 합의"
상인 "대형트럭 U턴 못해 새 시장 물류 혼잡 우려"
공사 "혼잡 가능성 없어…연결 통로 추가로 확보"

같은 날 오전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 새벽 장사를 마친 상인들이 남은 과일과 채소를 쌓는 등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길목 곳곳엔 ‘현대화사업 전면 재검토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송파대로변과 인접한 시장 한쪽으로 새로 지은 가락몰이 눈에 들어왔다. 회센터와 주방용품 중 일부 가게가 영업하고 있었지만 손님은 거의 없었다.
2241억원을 투입한 노량진시장과 2806억원을 들인 가락시장의 현대식 몰이 상인들의 이전 반대로 텅 비어 있다. 일부 강경파 상인들이 이전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찬성하는 다수 상인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첨예하게 맞선 상인과 수협·공사

그러나 수협 측은 신축 건물의 점포당 면적은 기존 시장과 같은 5㎡라고 반박했다. 수협 관계자는 “상인들이 보행자용 통로와 계단 등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는 지금의 비정상적인 상황과 비교하니 그런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애초 새 건물 2층에 지금보다 면적이 넓은 판매장을 조성하려 했으나 상인들의 요구로 1층에 판매장을 들이게 된 것”이라고 했다.
현대화사업에 수협이 자체 투입한 자금의 금융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새 시장 임대료는 최고가 매장(A등급)을 기준으로 현재 월 50만원에서 71만원 정도로 오른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상인들과 이미 합의한 데다 국내 최고 상권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수협의 설명이다.

◆이전 놓고 상인 간 갈등도
두 시장은 이전을 반대하는 상인과 희망하는 상인으로 나뉘면서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아직까지 새 시장으로 이전한 점포는 없다. 다만 전체 상인 680명 중 현 시장 A등급 점포를 제외한 60% 이상의 상인들이 조만간 임대차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게 수협의 주장이다.
노량진수산시장 점포는 A, B, C 세 등급으로 구분된다. A등급 점포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현 시장의 메인 통로에 있는 점포들이다. B, C 등급은 메인 통로 뒤편에 있는 상가가 대부분이다. A등급 점포 임대료는 C등급보다 세 배가량 비싸다.

가락시장은 새 시장의 점포 배정 등이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였으나 상인회 집행부가 반발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14일 기준으로 이전 대상 점포 1106개 중 64.5%인 713곳이 배정됐다. 수·축산 직판 및 편의시설 445곳은 배정이 끝났다. 청과 직판점포는 전체 661곳 중 40.5%인 268개가 배정돼 상황이 더딘 편이다.
상인회 집행부가 이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공사 측과 맺은 계약이 제대로 이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청과 상인들의 새 시장 이전 거부 움직임이 시작된 건 지난해 초부터다. 당시 공사 측과 시장 이전에 합의했던 조합장이 탄핵된 뒤 새로 취임한 조합장이 이전 합의를 뒤집었다. 현 조합장을 포함한 집행부 간부 11명이 이전 반대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임대차 권리를 놓고 공사 측과 소송을 벌였으나 1월 초 열린 1심에서 패소했다.
강경민 기자/권서현(서울대 4년)·김진연(고려대 4년) 인턴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