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잘못된 음주문화 바로잡자
60년 전만 해도 최빈국으로 원조를 받던 한국은 이제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됐다. 이뿐만 아니라 인터넷 발전속도, TV나 휴대폰, 세탁기 등의 품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부끄러운 세계 1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주 판매량이다. 보드카, 위스키를 제치고 소주가 세계 챔피언 자리를 10여년째 지키고 있다. 판매량이 많다는 건 1인당 음주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2년 서울대 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의 38%, 교직원의 29%가 음주 강요를 받는다고 한다. 2010년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대학생 406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56%가 ‘소주 3병 먹어야 폭음’이라고 대답했다.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폭음 기준은 소주 5잔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폭음과 차이가 크다. 한번 술자리에서 5잔 이상 먹는다는 대학생의 비율이 10명 중 7명에 달한다고 하니 국내 대학생을 300만명으로 추산하면 213만명이 폭음자인 셈이다.

과음의 문제는 범죄로까지 이어지기에 심각하다. 2010년 대검찰청 조사에 따르면 폭력 범죄 가해자의 57%가 음주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며, 피해자도 29%가 음주상태였다고 한다. 조사 시점마다 다르긴 하지만 가정폭력 원인의 1~3위에도 항상 음주 문제가 들어 있다고 한다.

취업전문업체 ‘커리어’의 2012년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인이 피하고 싶은 음주문화 1위가 ‘벌주와 원샷 등 술 권하기’이며 ‘회식 자리 끝까지 남아 있기’가 2위로 조사됐다. 1, 2위를 모두 합하면 77%로 과도한 음주자리를 부담스러워하는 직장인이 절반을 넘는다. 많은 직장인이 피하고 싶어 하는데도 왜 음주문화는 변하지 않는 것일까.

첫째, 술값이 물값보다 싸기 때문이다. 소주는 1달러도 안되니 손쉽게 술을 구할 수 있다. 둘째, 미디어의 영향이다. 10대 연예인들이 토크쇼에서 자신의 주량을 뽐내며 폭음에 얽힌 이야기를 미담처럼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음주 폐해의 심각성과 예방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음주, 과음의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술의 폐해를 교육하고 부모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절주전문강사를 양성해 학교와 기업, 어린이집과 유치원까지 범국민적인 음주 폐해 예방운동을 전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올바른 음주문화를 이뤄가는 것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민·관 협력을 통한 바람직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한 사회 분위기 조성, 이를 받아들이고 실천하려는 국민 모두의 의지가 있을 때 가능하다.

조원웅 < 국제절제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