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별 인력 수급 불일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인문계와 자연계열 대학 정원을 대폭 줄이고 공학계열 정원을 늘리기로 했다.

교육부는 26일 ‘2015년 업무계획 자료’를 통해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토대로 대학의 인력 공급을 조정한다”며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을 추진해 지역·산업 수요에 맞게 인력 공급을 유연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산업수요 중심의 ‘정원조정 선도대학’을 선정하면서 이공계 정원을 늘리는 대학에 예산을 대폭 지원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말 2013~2023년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을 발표하면서 이 기간 계열별 인력 비중을 인문사회계열 33.7%(147만명), 공학계열 30.5%(133만명), 자연계열 7.2%(31만명) 등으로 내다봤다. 2014년 입학 정원과 비교할 때 자연계열은 5.5%포인트 인력이 남고 공학계열은 5.4%포인트 모자랄 것으로 추정된다. 인문계 비중(2012년 추정 8.9%)도 정원 대비 4.2%포인트 인력이 남는다. 지난해 인문계열 전체 취업률은 45.5%, 사범계열은 48.7%로 전체 평균(54.8%)에 크게 못 미친다. 학과별 취업률로 보면 인문계열은 국어국문학(37.7%), 영미어문학(43.7%), 프랑스어문학(46.4%), 역사·고고학(41.8%), 철학·윤리학(41.8%) 등의 취업률이 특히 낮았다.

고용부 전망을 토대로 대학의 계열별 정원을 조정한다면 앞으로 인문계열은 2014년 4만4463명에서 2023년까지 1867명을 줄이고 자연계도 4만3303명에서 2381명을 줄여야 한다. 이 기간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감축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교육계열은 향후 인력수급전망(7.9%)에 비해 현재 정원(4.7%)이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유아교육 확대에 따른 전망이며 언어교육(36.9%), 인문교육(25.8%), 사회교육(32.4%), 공학교육(53.1%), 자연계교육(35.0%), 예체능교육(41.3%) 등 중·고교 교사인력 취업률이 매우 낮아 교육부는 이날 “중·고교 교원 양성 규모를 단계적으로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정보기술(IT) 분야는 사람이 없어 외국에서 데려오고 사범대는 작년에 2만3000명이 졸업했는데 실제로 임용되는 숫자는 4600여명”이라며 “국내 독어독문학과가 49개 있다고 하는데 졸업하고 취업하는 학생이 얼마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처럼 모든 대학이 인문대학을 운영하면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지난해까지 대학별 정원 감축을 유도하되 학과나 계열별 인원 조정은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이었다. 대학평가를 위한 취업률 산정에도 인문·예체능계열은 취업률 지표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대학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학내 갈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등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정부가 직접 나서 계열별 정원 조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인문대학 등은 반발하고 있다. 취업률만으로 학문의 가치를 판단하게 되면 기초학문의 설자리가 더더욱 줄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대학 정원을 조정해야 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특정 학과, 특정 학문을 줄이라고 하는 것은 각 대학의 특성을 감안하거나 대학들이 자율적인 조정을 할 여지를 없애는 것”이라며 “당장의 필요에 의해 기초학문을 없애게 되면 나중에 학문적 기반이 부족하게 돼 응용학문도 위기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태웅/임기훈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