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담뱃세가 2000원 인상된 것을 계기로 담배회사들의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점유율 확대를 위해 수지 악화를 무릅쓰고 담뱃값 인상폭을 세금 인상폭보다 적게 책정하고 있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는 슬림형 담배 ‘보그’ 시리즈 4종의 가격을 1200원만 인상해 15일부터 3500원에 판매한다고 13일 발표했다. 가이 멜드럼 BAT코리아 사장은 “보그 시리즈를 부담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가격을 정했다”고 말했다. BAT코리아는 대표 제품인 던힐도 1800원만 올려 15일부터 4500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당초 BAT코리아는 던힐을 한시적으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 뒤 4700원으로 값을 올린다는 계획이었지만 경쟁사들의 가격 동향을 참고해 인상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BAT코리아는 지난 8일 이 같은 내용을 기획재정부에 신고했다. 재팬토바코인터내셔널(JTI)코리아도 지난 8일 기재부에 담배 가격 변동을 신고하면서 대표 제품인 메비우스 가격을 던힐과 같은 4500원으로 정했다. 카멜은 2500원에서 1500원만 올려 4000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두 제품 모두 인상된 가격은 15일부터 적용된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점유율이 7~10% 수준인 두 업체가 당분간 이익이 줄더라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말보로와 팔리아멘트 등 대표 제품 가격을 2700원에서 4700원으로 올렸던 한국필립모리스는 BAT코리아와 JTI코리아가 값을 4500원 이하로 정하자 값을 내리기로 했다. 필립모리스는 12일 두 제품 가격을 4700원에서 4500원으로 인하키로 했으며 19일께부터 적용키로 했다. 반면 KT&G는 가격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KT&G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이 최근 조정한 대표 품목의 가격은 KT&G 제품과 같은 4500원 수준”이라며 “경쟁사의 가격 인하로 인해 소비자들이 이동할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